관세 여파 전 수출 늘리기 총력
“정부 추가 협상 관건으로 꼽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이 본격화된 가운데 현대자동차·기아·GM 한국사업장(한국지엠)의 2월 미국 수출 물량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 정책 시행으로 본격적인 타격을 받기 전 수출 물량을 최대한 적재하는 방안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 영향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동차 산업은 우리 정부가 미국 측과의 추가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 피해를 최소화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9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현대차, 기아, 한국지엠의 2월 미국 수출 물량은 각각 4만9031대, 3만6243대, 3만3041대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현대차 15%, 기아 26.7%, 한국지엠 27.7% 증가한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분야 관세 부과 시점을 언급하기 전인 1월 수출 물량(현대차 4만1454대·기아 2만8515대·한국지엠 2만5945대)과 대비로도 늘었다.
이들 기업의 수출 물량이 늘어난 배경은 미국의 관세 부과 시행 직후 받을 여파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 자동차에 이달 3일부터 25% 관세를 부과했으며, 자동차 부품은 다음 달 3일 부과를 예고했다. 자동차에는 상호관세(한국 25% 부과)가 추가 적용되진 않았지만,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로서는 품목별 관세만으로도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수출 물량 증가 등으로 인한 재고분과 현지 생산으로 가격 인상을 최대한 늦추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미국 내 딜러사들이 보유한 현대차그룹의 재고 물량은 2~3개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현대차 미국법인은 “6월 2일까지 2개월 동안 현재 모델 라인업의 권장소매가(MSRP)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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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도 당분간 국내 생산 체제를 유지하며 미국 내 인기 차종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 수출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미 수출이 전체 생산의 84%에 달하는 만큼 해당 상황을 타개할만한 마땅한 묘안이 없어서다. 최근 한국지엠 노조는 ‘국내 공장 철수설’이 불거진 것과 관련 미국 GM 본사 공장을 방문해 관세 대응 방안, 미래차 생산 등에 대한 입장을 요구하기도 했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우리 정부가 미국 측과의 추가 협상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과 협상할 여지를 내비치는 만큼 관세 인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적극적인 공략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기업들은 미국 내 관세 부담을 초기에는 흡수하되 순차적으로 판가 인상, 현지생산 확대로 대응할 전망”이라며 “관세율에 대한 국가 간 추가 협상 및 업체별 대응 전략에 따라 실제 관세 부담의 강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우리 정부의 협상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업계에선 위기감이 감돈다. 실제 자동차 업계가 미국 통상정책 방향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날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2025 크레딧 세미나’를 열고 지난해 자동차산업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414억 달러로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 영향이 가장 큰 산업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