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이 김상민 검사 챙겨달라고 해…공천개입 여부는 검찰이 판단”
명태균-김영선 대질신문 추진…회계책임자 강혜경 사기 등 혐의 고소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가 검찰에 출석해 “제 사랑하는 아내와 제 여식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오세훈을 잡으러 창원에서 서울까지 왔다”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에 관해서는 “검찰이 판단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명 씨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세훈 시장 수사 관련 꼭지가 20개다. 그분이 지금 기소될 사항이 20개”라며 “보도된 것이 10%도 안 나왔다”고 밝혔다.
오 시장과의 만남 횟수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증인과 증거가 있는 것은 7번 이상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이날 명 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명 씨가 창원지검이 아닌 중앙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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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 씨는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도 언급했다. 그는 “교도소 생활을 145일 했는데 대부분이 그런 수사(공천개입 등) 아니었겠나”라며 “관련 진술 검찰에 다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여사가 ‘조국 수사 때 김상민 검사가 고생 많이 했다. 그 사람 좀 챙겨줘라’ 이렇게 얘기했다”며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한테는 공기업이나 장관직으로 가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타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부인께서 전화가 직접 오셔서 이렇게 하면‘ 예 알겠습니다’ 하지, 여야를 뛰어넘어서 영부인이 2년 차에 이런 부분 전화하면 거절할 사람이 어디 있나”라고 반문했다.
김 여사가 공천에 개입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다 추천했으니 그게 이뤄졌으면 공천 개입이고, 안 이뤄졌으면 개입이 아닐 것”이라며 “어차피 검찰이 압수수색하고 참고인 조사도 했으니 검찰이 판단할 문제”라고 답했다.
검찰은 명 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바탕으로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등에서 공천에 개입한 혐의,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2022년 대선 등에서 국민의힘 정치인들의 여론조사를 조작한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검찰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명 씨 측이 오 시장과 만난 경위 등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을 추궁할 예정이다. 명 씨는 김 여사 관련 질문도 “검찰이 물어보면 진술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명 씨와 김영선 전 의원 간 대질신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의원은 그동안 김 여사의 공천개입 등 주요 의혹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 씨에 대한 조사 이후 오 시장과 김 여사에 대한 소환도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다. 앞서 검찰은 서울시청 시장 집무실 압수수색과 오 시장 측근들 조사에 이어 김 여사 공천개입 의혹 관련 김상민 전 검사를 불러 조사한 바 있다.
한편 김 전 의원은 이날 서울고검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보자인 강혜경 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횡령, 사기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소한다고 밝혔다. 강 씨는 명 씨가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의 부소장이자 김 전 의원의 보좌관, 회계책임자였다.
김 전 의원은 “강 씨는 모든 사건의 기초”라며 “강 씨의 범행이 밝혀지지 않고 다른 사건이 된다는 건 검찰도 범죄자를 두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