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시크릿 에이전트'⋯감독상ㆍ남우주연상 2관왕

이란의 사회파 영화감독 자파르 파나히가 '잇 워스 저스트 언 액시던트'(It Was Just An Accident)로 제78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24일(현지시간) 영화제 심사위원단은 "이 영화는 이란 영화감독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이란의 자유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라며 수상작을 소개했다.
'잇 워스 저스트 언 액시던트'는 한 남성이 과거 자신을 학대한 교도관과 닮은 인물을 우연히 마주친 뒤 벌어지는 사건들을 그린 영화다.
자파르 파나히는 그간의 영화에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이색적인 다큐멘터리 스타일을 추구했다. 이를 통해 검열에 갇힌 사회에서 개인의 자유가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영화를 지속적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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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체제에 반대하는 영화를 지속적으로 만든 자파르 파나히는 데뷔 이후 여러 차례의 체포와 투옥, 가택연금, 영화 촬영 금지를 당했다.
당국의 검열과 탄압에도 불구하고 몰래 영화를 만들면서 해외 영화제에 출품한 그는 이번 황금종려상을 받으면서 3대 영화제에서 모두 최고상을 거머쥐는 대기록을 썼다. 그는 2000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영화 '서클'), 2015년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영화 '택시')을 받았다.
이날 폐막식에서 자파르 파나히는 "모든 문제와 차이를 뒤로하고 힘을 합치자"라며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이란의 자유"라며 수상 소감을 전했다.
2등 상인 심사위원대상은 덴마크 출신의 노르웨이 감독 요아킴 트리에르의 '센티멘털 밸류'가 받았다. 심사위원상은 스페인·프랑스 합작 '시라트'(올리비에 라시 감독)와 독일 영화 '사운드 오브 폴링'(마샤 실린슈키 감독)이 공동으로 받았다.
이 밖에도 '더 시크릿 에이전트'를 연출한 브라질의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 감독이 감독상을, 주연 배우 와그너 모라가 남우주연상을 받으면서 2관왕에 올랐다. 이 영화는 1977년 브라질의 군사 독재 정권 시절을 배경으로 어느 40대 남성이 겪는 이야기를 담았다.
여우주연상은 영화 '더 리틀 시스터'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나디아 멜리티에게 돌아갔다. 각본상은 벨기에의 거장 장 피에르 다르덴·뤼크 다르덴 형제가 '더 영 마더스 홈'으로 수상하며 저력을 재확인했다.
한편 올해 경쟁 부문에 진출한 한국 영화는 없었다. 다만 심사위원단에 홍상수 감독이 참여하면서 한국 영화계를 대표했고, 허가영 감독이 영화 '첫여름'으로 라 시네프 부문 1등 상을 받았다.
'라 시네프'는 전 세계 영화학교 학생들이 만든 단편 및 중편 영화를 대상으로 차세대 영화인을 발굴하는 경쟁 부문 중 하나다. 올해는 전 세계 646개 영화학교가 출품한 2679편에서 16편을 공식 초청해 수상자를 선정했다.
또 정유미 감독의 신작 '안경'이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단편경쟁 부분에 공식 초청되면서 한국 영화의 위상을 세계에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