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들어 경기 이천시와 평택시에서 단 한 건의 신규 분양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특수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공급이 집중됐던 지역이지만 수요가 따라붙지 못하면서 시장이 사실상 멈춰섰다. 현재 시장은 신규 공급보다 ‘재고 털기’가 우선인 상황에 놓였다.
28일 국토교통부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둘어 이천과 평택 모두 신규 분양이나 일반 공급 일정이 전무한 상태다. '평택청북 사랑으로 부영 2차 아파트’의 우선분양 전환 후 잔여 세대 공급이 유일한 사례지만 이마저도 실질적인 신규 분양이 아닌 기존 계약 취소분을 재공급하는 수준이다.
이들 지역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규모 공급이 몰렸던 곳들이다. 이천에서는 △이천 롯데캐슬 센트럴 페라즈 스카이 △이천자이 더 레브 △힐스테이트 이천역 1·2단지 △이천 부발역 에피트 등 총 7건의 굵직한 민간 분양이 줄을 이었다.
평택 역시 공급이 집중됐다. △지제역 반도체밸리 해링턴 플레이스 △평택화양 서희스타힐스 센트럴파크 2차 △힐스테이트 평택역센트럴시티 △고덕국제신도시 서한이다음 그레이튼 △브레인시티 푸르지오·수자인 등 지난해에만 12곳에서 민간 분양이 쏟아졌다.
하지만 공급이 쏠린 반면 수요가 따라오지 못하면서 청약시장이 급속히 냉각됐고 미분양 물량은 빠르게 누적됐다.
실제로 이들 지역의 미분양 증가세는 가파르다. 경기도 자료에 따르면 이천시는 지난해 1월 154가구였던 미분양 물량이 올해 2월 기준 1729가구로 11배 넘게 증가했다. 평택시는 같은 기간 361가구에서 5868가구로 급증하며 16배 이상 늘었다. 수요는 줄고 공급은 멈춘 가운데 누적 재고만 쌓이고 있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이천과 평택을 포함해 속초, 광양, 경주 등 5개 지역을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했다. 수도권에서는 이천과 평택 두 곳뿐이다.
미분양 관리지역은 HUG가 청약률 저조와 미분양 적체 등 리스크가 높은 지역을 선별해 지정하며 분양보증 심사 기준이 강화돼 사업자 입장에서는 분양 추진 자체가 어렵게 된다.
선정 기준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미분양이 급증한 지역,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는 지역, 그리고 미분양 우려 지역이다. 이천은 현재 ‘해소 저조’ 유형에만 해당된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10개월 연속 관리지역에 지정돼 있다.
평택은 '미분양 증가', '해소 저조', '우려 지역' 세 가지 조건에 모두 해당되면서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연속 지정돼 있다. 이 가운데 ‘우려 지역’ 조건은 최근 인허가 실적이 급증했거나 청약률은 높지만 초기 분양률이 낮은 등 공급 과잉 가능성이 감지되는 경우에 적용된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이천이나 평택은 미분양이 워낙 많고 청약 분위기도 좋지 않아 당장은 분양을 꺼리는 분위기지만 무작정 미룰 수도 없는 게 현실”이라며 “다만 두 곳 모두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되며 신규 공급이 줄어들 전망이어서 올해에는 미분양을 차츰 줄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