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연프야, 서바이벌이야?"…'데블스 플랜2'가 놓친 본질 [이슈크래커]

입력 2025-05-2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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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데블스 플랜: 데스룸' 스틸컷.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데블스 플랜: 데스룸' 스틸컷. (사진제공=넷플릭스)

역대급 용두사미

넷플릭스 두뇌 서바이벌 '데블스 플랜: 데스룸(이하 데블스 플랜2)'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혹평과 함께 말이죠.

'데블스 플랜2'는 공개 전부터 상당한 기대를 받았습니다. 두뇌 서바이벌의 마스터로 꼽히는 정종연 PD의 신작이었기 때문인데요. 예능으로 오리지널 시리즈의 존재감을 넓혀가는 넷플릭스의 야심작이기도 합니다.

관심은 첫 공개 직후 입증됐습니다. '대한민국의 톱10 시리즈' 1위를 차지하는 건 물론 홍콩, 싱가포르, 대만, 태국, 모로코 등 전 세계 6개국 톱10 리스트에도 이름을 올리며 두 시즌 연속 전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는데요. 총 12회가 3주에 걸쳐 공개되는 만큼 시청자들의 기다림도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5~9회 회차가 오픈되자 시청자 반응이 엇갈리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자신이 응원하던 참가자가 탈락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불만은 아니었는데요. 서바이벌 게임의 핵심과도 같은 '구조'에 대한 지적이었습니다.

이 의아한 반응은 20일 오픈된 10~12회를 통해 절정에 달했는데요. 일각에서는 "차별적인 현대 사회의 축소판이라 시청을 포기했다"는 격앙된 반응까지 나와 눈길을 끌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데블스 플랜'의 한 장면. (출처=유튜브 채널 'Netflix Korea 넷플릭스 코리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데블스 플랜'의 한 장면. (출처=유튜브 채널 'Netflix Korea 넷플릭스 코리아')

시즌1의 맹점…시즌2는 어떻게 달랐나

'데블스 플랜' 시리즈는 변호사, 의사, 과학 유튜버, 프로 게이머, 바둑 기사, 배우 등 다양한 직업군의 플레이어들이 7일간 합숙하며 최고의 브레인을 가리는 두뇌 서바이벌 게임 예능입니다. 2023년 시즌1이 방송됐고, 시즌2가 이달 베일을 벗었죠.

시즌1은 공개 이후 넷플릭스 오늘의 대한민국 톱10 시리즈 1위,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TV-OTT 통합 비드라마 화제성 1위를 차지하며 국내에서 두각을 나타낸 건 물론 23개국 톱10 리스트 진입, 글로벌 톱10 TV쇼 비영어 부문 자체 최고 순위 3위를 달성하는 등 한국 두뇌 서바이벌 예능의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종영되자마자 시즌2 제작도 확정하며 화제성을 입증했죠.

다만 호평만 있던 건 아닙니다. 대본이 없는 만큼 이야기가 뜻밖의 전개로 진행되며 시청자들 사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는데요. 과학 유튜버 궤도가 '공리주의'를 내세우며 최종 라운드까지 최소한의 사람만 탈락하도록 협력하자고 제안한 게 대표적입니다.

이에 대해 정종연 PD는 종영 기념 인터뷰에서 "궤도가 아주 경쟁심이 강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을 촬영 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아예 그런 방향으로 게임을 끌고 가려 할 줄은 미처 예측하지 못했다"며 "제가 원한 방향은 아니었지만,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서바이벌에서 처음 보는 새로운 방식의 행동이었기 때문에 새로운 스토리라인이 등장한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죠.

공리주의는 뜻밖의 결과를 가져오긴 했습니다. 궤도와 대척점에 섰던 하석진은 "다 그냥 들러붙어서 (점수를) 딴 거지. 이게 무슨 '데블스 플랜'이냐. '빌붙어 플랜'이지"라고 지적했는데요. 이 감정은 결국 최종 우승의 각성제로 작용했습니다. 같은 연합이던 김동재가 탈락하면서, 하석진이 오기와 승부욕, 복수심을 뼈저리게 체감하게 된 거죠. "오목 못 두시네"라는 대사가 시청자들의 마음속에 '명대사'로 각인된 이유입니다.

다만 제작진은 또 다른 방향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을 겁니다. 실로 시즌2에서는 참가자 인원부터 규칙, 공간까지 변화를 도입했는데요. 우선 12명에서 14명으로 참가자가 늘었고요. 게임은 더 복잡, 다양해졌습니다. 공간 역시 기존 생활동과 감옥 구조에서 생활동과 감옥동, 게임동, 데스룸으로 다변화했죠. 세분화된 공간마다 룰과 정보 접근성도 달라졌습니다.

가장 큰 변화도 이 공간에서 비롯됩니다. 시즌1에서는 피스가 가장 적은 두 명이 감옥에 들어갔지만, 시즌2에서는 절반의 인원이 감옥동에 들어가야 합니다. 또 감옥동에서는 매일 밤 감옥 매치가 벌어져 한 명씩 탈락하는데요. 메인 매치에서 떨어지는 사람 외에 추가 탈락자가 생긴다는 룰이 도입되면서 궤도의 공리주의 전략도 더는 불가능해졌죠.

시즌2에서는 감옥동이 별도 세력으로 기능할 수 있는데요. 감옥동 플레이어들이 생활동 플레이어를 이기기 위해 협력하지만 결국 감옥동 탈출이라는 신분 상승, 생존을 위해 경쟁하는 만큼 협력 관계를 언제든 맺고 끊는 전략적 연합과 배신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데블스 플랜 데스룸' 스틸컷.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데블스 플랜 데스룸' 스틸컷. (사진제공=넷플릭스)

시청자 설득 실패…'갑자기 분위기 러브라인?'

생존을 위해 연합을 짰다가 또 배신하는 자극적인 구조는 이른바 '도파민'을 터뜨릴 것으로 기대됐습니다. 방송 측도 이 도파민을 끌어올리기 위해 '폭력과 절도를 제외하곤 모든 걸 허용하겠다'고 선언합니다. 기 싸움, 배신, 정치질 등 어떤 중상모략도 승리를 위해선 가능하다는 겁니다.

다만 시청자 모두를 설득한 건 실패한 모양샙니다. 우선 히든 스테이지에 대한 비판이 거센데요. '데블스 플랜2'에서는 생활동과 감옥동 모두에 히든 스테이지(비밀 미션 및 룰)가 도입됐고, 주요 게임에서도 예상치 못한 숨은 규칙이 뒤늦게 공개되는 방식이 반복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특정 출연자를 위한 판 같다'는 아쉬움이 나왔죠.

무엇보다 '언더독'의 활약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라는 지적이 쏟아졌습니다. 극한의 긴장감과 재미를 전달하기 위해선 감옥동 플레이어들의 역전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그러나 시즌2의 규칙상 감옥동에 있던 참가자가 히든 스테이지 미션에 성공해 다량의 피스를 얻은 게 아닌 이상 생활동과 감옥동 플레이어 구성에 변화가 찾아올 수 없는 구조인데요. 같은 공간에 있는 플레이어들의 유대감이 깊어진 상황에서 함께 뭉치면 유리한 게임들이 메인 매치에서 이어지면서, 연합은 더욱 공고해져만 갔죠. 이 연합에 의해 무력하게 떨어진 탈락자도 나왔고, 이후 전개에 대한 기대감을 크게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낳았습니다.

이 그림은 '왕따 논란'으로 번지기도 했습니다. 특정 참가자를 따돌리는 듯한 모습이 연출됐는데요. 감옥동 플레이어들이 생활동 연합을 이기는 모습은 사실상 바위에 계란 던지기와도 같이 느껴지면서 시청자들에게 무력감까지 안겼습니다.

한 해외 네티즌은 "어쩌면 제작진이 기존 사회 계층 구조가 만들어내는 불의에 대한 사회 비판적인 리얼리티 TV 시리즈를 목표로 했을지도 모른다"고 비꼬았습니다. 미국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결말 관련 게시글에는 2000개에 달하는 댓글이 달렸는데 대다수가 회의적인 반응을 담고 있었죠.

'윤소희와 규현이 자신이 아닌 정현규의 승리를 위해 조력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숱합니다. 특히 '정현규가 원하는 순간 피스 10개를 획득하며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던 규현이 이 같은 보상을 알리기 싫다는 이유로 제 발로 연합을 떠나고 결국 메인 매치에서 탈락하는 상황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는데요. 죽지 않는 플레이어를 희생해(?) 죽어준 셈입니다. 윤소희 역시 자신의 우승보다는 정현규에 대한 조력의 의지를 강조해 눈길을 끌었는데요. 자신이 1위로 결승에 직행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정현규가 감옥에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눈물을 흘린 장면이 대표적이죠. '두뇌 서바이벌 게임이 아니라 연프를 보는 것 같다'는 비아냥도 나왔습니다.

▲'대탈출4', '크라임씬 리턴즈' 포스터. (사진제공=tvN, 티빙)
▲'대탈출4', '크라임씬 리턴즈' 포스터. (사진제공=tvN, 티빙)

'서바이벌 본질'까지 거론됐다…'크라임씬'·'대탈출'에 쏠리는 기대감

물론 게임은 게임일 뿐입니다. 방송은 방송으로 봐야 하고요. 규현도 팬 소통 플랫폼 버블을 통해 "제작진도 방송에 모든 걸 다 담을 수는 없었을 거다. 나도 아쉬운 게 많지만 어쩔 수 없다. 자세한 건 나중에 한 번 이야기를 풀어주겠다. 너무 속상해하지 말라"며 팬들을 달랬는데요. 이어 "출연자들끼리는 너무 끈끈하고 서로 이해하고 관계가 좋으니까 예쁘게 봐 달라. 각자의 입장이 있는 것"이라고도 당부했습니다.

그런데도 시청자들의 의문은 이어지고 있는데요. 시리즈의 기본 포맷이 '서바이벌'인 만큼 규현과 윤소희의 선택은 서바이벌의 본질을 벗어나는 것 아니냐는 '진정성' 문제까지 거론되는 등 후폭풍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시청자들의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일까요. '데블스 플랜2'는 '용두사미'라는 뼈아픈 평가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서바이벌이라는 장르의 본질이 흐려지고, 플레이어의 선택이 납득되지 않는 순간들이 반복되면서 '두뇌 게임'보다 '연합 내에서의 친목'에 더 초점이 맞춰졌다는 지적도 뒤따랐습니다. 그럼에도 '데블스 플랜2'가 한국 두뇌 서바이벌 장르의 외연을 확장한 시도였다는 점은 분명한데요. 일말의 아쉬움은 다른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잊을 수 있겠습니다. 올해는 '간판 두뇌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줄줄이 안방극장을 찾아오는데요. 티빙 '대탈출: 더 스토리', 넷플릭스 '크라임씬 제로', 쿠팡플레이 '대학전쟁 시즌3' 등이 베일을 벗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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