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실적 갉아먹는 신탁사… 그룹 부실 최종 종착지[선넘은 신탁사 부실下] ①

입력 2025-04-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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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5-04-09 04: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금융지주 신탁사 지난해 수천억 손실
후발주자인 금융계열 신탁사, 책준형 사업장 무리하게 늘려
실적악화, 소송 등 악재 겹쳐
신한ㆍKB 모기업 지원에 급한 불 꺼

부동산신탁사는 금융지주사들에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했다. 4대 금융지주사는 지난해 전 계열사가 역대급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계열 신탁사들이 적자를 기록하면서 전체 수익성을 갉아먹었다. 부실화된 신탁사의 재무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지주사 등이 계열 신탁사에 자금을 수혈하면서 지원 부담도 증가하고 있다.

책준형 사업장 확대…부동산PF 부실로 리스크↑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각각 5조782억 원, 4조5175억 원의 순이익을 거둔 가운데 계열사 중 유일하게 신탁사만 손실을 봤다. 신한자산신탁과 KB부동산신탁은 각각 3086억 원, 1133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우리자산신탁은 2023년 323억 원에서 지난해 18억 원 순이익이 축소됐다. 같은 기간 하나자산신탁도 809억 원에서 588억 원으로 줄었다.

후발주자로 시장에 뛰어든 금융지주 신탁사들은 책준형 신탁을 앞세워 빠르게 외형적 성장을 거뒀다.신한자산신탁과 KB부동산신탁은 2021년에 각각 740억 원 815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금융권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해 유동성 위기가 발생하자 책준형 신탁을 늘린 신탁사에 불똥이 튀었다. 부실이 심각해지자 신한자산신탁은 관련 사업장을 2023년 말 133곳에서 지난해 37곳까지 줄였다. KB부동산신탁도 2021년 109곳, 2022년 105곳에서 작년말 43곳으로 줄였다.

책준형 신탁 부실로 인해 소송전까지 휩싸였다. KB부동산신탁은 2023년 10월, 경기 평택시 물류센터 신축사업과 관련해 메리츠화재해상보험 등으로부터 104억 원 규모의 소송을 당했다. 공시에 따르면 KB부동산신탁은 지난해 기준 책임준공 미이행으로 총 5건, 795억 규모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신한자산신탁은 총 10건의 책임준공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소송금액은 총 2686억 원에 달한다.

부실 허덕이는 금융지주 신탁사, 모회사 수혈로 연명

부실 속에서 허덕이는 신탁사들은 자본확충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신탁사들이 유상증자나 단기차입을 통해 자본을 늘리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높아진 부채비율을 낮춰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함이다.

신한자산신탁은 지난해 11월 신한금융지주를 대상으로 1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유상증자 외에도 20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자본을 늘렸다. 책임준공형 사업장에서 발생한 손실에 대응하고 재무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KB금융은 일찌감치 KB부동산신탁이 진행하는 1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지원했다. 이로 인해 KB부동산신탁의 자기자본이 3500억 원대에서 5000억 원대로 증가했고 부채비율로 227.9%에서 159.5%로 꺾였다.

‘빽’ 없는 중소형 신탁사 ‘사면초가’

비금융 계열사나 독립계 신탁사는 조달 방법이 녹록지 않아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금융당국이 경영개선명령을 내린 무궁화신탁사다. 무궁화신탁은 금융지주 신탁사들처럼 책임준공 사업을 무리하게 늘리다가 충당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이 지난해 9월 기준 69%까지 곤두박질쳤다. 상황이 비슷한 금융지주 계열사는 모기업 지원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었지만, 독립 신탁사인 무궁화신탁은 그런 도움을 적시에 받지 못해 고꾸라졌다는 것이다.

A 신탁사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침체가 수년간 이어지고 있어 신탁업계 전반의 영업실적이 악화하는 가운데 회사채 발행이나 차입금이 필요하게 될 때 모기업 지원이 없는 곳들은 높은 금리 부담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이나 보험사가 모기업인 신탁사들은 높은 신용도를 기반으로 금리가 결정되는데, 그렇지 않은 중소형 신탁사는 불리한 조건으로 돈을 빌려올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삼일회계법인이 지난해 말 발행한 '책임준공형 관리신탁 리스크, 제대로 된 평가가 필요하다'에 따르면 비금융 계열 신탁사의 현금 대비 책임준공신탁 수탁고는 약 7.8배에 달한다. 전체 책준 사업장 중 약 13%에 문제가 생기면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재무구조다.

B 신탁사 관계자는 "최근 경영개선조치를 받고 매각을 고려 중인 무궁화신탁처럼 신탁사들의 실적이 지속 악화할 경우 금융당국이 나서서 은행이나 대형 금융그룹의 인수·합병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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