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시장에 진심인 대만계 미국인

엔비디아에 대만은 단순한 협력국을 넘어 공급망의 심장부와도 같은 존재다. 그래서일까. 대만계 미국인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대만을 방문할 때마다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다. 그가 특히 즐겨 찾는 곳은 바로 대만의 야시장. 사람들 틈을 자유롭게 오가며 상인들과 대화하고 시민들의 환대에 웃음 짓는 그의 모습은 이제 익숙한 풍경이 됐다.

아시아 최대 정보기술(IT) 박람회 ‘컴퓨텍스 2025’가 열린 20~24일(현지시간), 기자는 황 CEO가 자주 들렀다는 타이베이 야시장을 직접 찾아가 그 분위기를 살펴봤다.
타이베이의 대표적인 야시장으로는 스린, 닝샤, 라오허제가 있다. 이 중 닝샤 야시장은 규모는 작지만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 장소로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에게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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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들이 길게 늘어선 거리에는 중간중간 테이블도 설치돼 있지만 대부분은 길가에 서서 음식을 즐기는 모습이다. 노점 사이를 지날 때마다 코를 찌르는 듯한 강한 냄새가 풍기는데 이는 대만 대표 음식인 취두부에서 나는 것이다. 좁고 붐비는 거리지만 곳곳에 길게 늘어선 줄에서 대만 야시장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황 CEO가 이곳에서 즐긴 메뉴 중 하나는 오징어튀김이다. 상호를 한국어로 옮기면 ‘폭발 바삭 오징어’. 오징어 몸통 안에 무와 오이를 넣고 튀김옷을 입혀 튀긴 요리다. 가격은 160대만달러(약 7300원). 소스는 바비큐, 머스터드, 레몬즙 중에 고를 수 있다. 튀김의 느끼함은 오이와 무가 잡아준다.

단점은 긴 대기 시간이다. 이 집은 닝샤 야시장에서도 손꼽히는 인기 노점으로, 줄이 가장 긴 곳 중 하나였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도 20~30분가량 대기해야 했다.

또 다른 인기 메뉴는 굴전이다. 황 CEO가 방문한 적 있는 ‘로터리 옆 굴전집’은 대만식 굴 부침 요리로 유명하다. 넉넉하게 들어간 굴에 달걀, 전분, 채소를 함께 부쳐낸 음식으로 오믈렛과 비슷한 비주얼이다. 촉촉한 질감에 달짝지근한 소스를 넉넉히 얹어주는 것이 특징이다. 가격은 190대만달러(약 8700원)다. 이곳은 굴국, 튀긴 갈비탕 등 다른 요리도 함께 판매한다.
이 집도 줄이 길기로 유명하지만 포장을 원할 경우엔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 직원에게 미리 포장 의사를 밝히면 조리 완료 시간이 적힌 번호표를 받아 시간에 맞춰 찾아가면 된다.

황 CEO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공급사와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나누느냐”는 질문에 “야시장에 대한 이야기”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농담처럼 들릴 수 있지만 그가 대만 야시장에 가지는 애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컴퓨텍스 개막 전날 TSMC 창업자인 모리스 창, 콴타컴퓨터 회장 배리 램 등 대만의 주요 IT 인사들을 야시장 내 식당에 초대해 저녁 모임을 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