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3년여 만의 최저치…금값은 연일 사상 최고
미국 CEO 62% “6개월 내 경기침체”
관세 불확실성, 스태그플레이션 불안 고조시켜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1월 20일부터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25일까지 뉴욕증시 등락을 집계한 결과 다우지수는 7.8% 하락했다. S&P500지수는 7.9%, 나스닥지수는 11.5% 각각 떨어졌다. 주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발표하면 급락하다가 유예하면 반등하는 등 매일 롤러코스터를 탔다.
다른 자산들도 마찬가지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달러인덱스는 취임식 날 109.347까지 올랐다가 현재는 100에도 못 미치고 있다. 지난주에는 장중 97.92까지 하락하면서 2022년 3월 이후 3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트럼프 2기 정부 시대 달러가 가면 갈수록 안전자산으로서의 투자자 신뢰를 잃고 있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유예를 발표했을 때는 위험 선호 심리가 커지면서 하락했고, 관세를 부과한다고 했을 때는 경기침체 우려에 하락했다.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해임할 수 있다는 소식에 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에릭 롬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자국 매체 라트리뷴디망슈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에 대한 공격적인 조치로 오랜 기간 달러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며 “파월 의장이 해임되면 채권 시장의 변동성으로 인해 이러한 신뢰도는 더 훼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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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도 경기침체 우려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취임식 때만 해도 배럴당 77.88달러에 거래됐지만, 현재는 60달러 선에 그치고 있다.
반면 달러보다 더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금값은 치솟는 중이다. 금 선물 가격은 1월 온스당 2748달러 선에서 거래됐지만, 현재는 3000달러를 훌쩍 넘기면서 연일 사상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금값이 온스당 4000달러 선으로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시장 변동성은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아직 관세 충격이 각국 경제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을뿐더러 스태그플레이션 공포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연내 경기침체를 경고했던 월가 은행들이 관세 유예 소식에 일부 전망을 거두기도 했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미국 비즈니스 매거진 치프이그제큐티브가 이달 발표한 설문에 따르면 미국 최고경영자(CEO) 중 62%는 6개월 내 경기침체를 전망했다. 이는 3월 조사에서 나온 48%보다 높아진 것이다. 응답자 4분의 3은 관세가 올해 자사 사업에 타격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KPMG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 신뢰에서도 이미 불확실성이 나타나고 있다”며 “사람들은 일자리에 대한 불안을 느끼고 있고 앞으로 인플레이션이 올까 걱정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이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