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 총리, 단결 강조…“트럼프, 우리 깨뜨리려 해”
트럼프, 총선 당일도 “51번째 주” 언급하며 흔들어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유당이 28일(현지시간) 치러진 조기 총선거에서 승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관세 정책과 도발적 언사로 캐나다를 압박하면서 궁지에 몰렸던 자유당이 오히려 기사회생하게 됐다.
영국 BBC방송은 이날 투표가 끝난 뒤 자유당이 가장 많은 의석수를 확보해 정권을 연장할 것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자유당은 과반 의석에는 다소 못 미쳤지만, 제1당 지위를 유지했다.
자유당은 29일 오전 3시까지 투표 집계 결과 하원 전체 343개 의석 중 167석에서 당선을 확정했거나 우세했다. 과반은 172석이다. 제1야당인 보수당은 145석에 그쳤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전 총리의 뒤를 이어 3월 총리직에 오른 카니 총리는 연임에 성공했다. 캐나다에서는 하원에서 제1당이 된 당 대표가 관례적으로 총리로 선출된다. 애초 10월 하순이었던 총선 날짜를 반년이나 일찍 당긴 자유당의 조기 총선 승부수가 통한 셈이다.
관련 뉴스
카니 총리는 이날 승리 연설에서 단결을 강조했다. 그는 “수백만 명 동료 시민이 다른 결과를 선호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며 “분열과 분노에 종지부를 찍자. 우리는 모두 캐나다인이며 정부는 모두를 위해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미국은 우리의 땅과 자원, 물, 더 나아가 국가 자체를 원한다. 이는 단순한 위협이 아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를 소유하기 위해 우리를 깨뜨리려 하고 있지만, 그러한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며칠 안에 주권적이며 독립적인 두 국가의 미래에 관해 논의할 것”이라며 “트럼프가 무역 전쟁으로 캐나다를 파괴하려 하지만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캐나다 합병론을 주장하고 관세 정책으로 압박을 가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대응이 주요 초점이었다. 카니 총리는 트럼프를 ‘경제에 대한 가장 큰 위험’으로 규정하고 미국이 고관세 정책을 고집하는 한 보복 관세로 대응하겠다고 못 박았다. 반면 피에르 포일리에브르 보수당 대표는 미국과 관세를 상호 철폐할 것을 주장했다.
카니 총리는 반미정서를 등에 업고 대역전 드라마를 쓰는 데 승리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보수당이 선거에서 압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물가 상승과 주택난을 초래한 트뤼도 전 총리 시절에는 자유당 지지율이 보수당에 비해 약 20%포인트(p)나 낮았다.
하지만 트럼프 2기 시대로 접어들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특히 카니 총리의 강력한 반(反) 트럼프 기조는 유권자들을 결집시켰다는 평가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캐나다의 선택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동맹국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일종의 반대투표로도 해석된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총선 당일에도 합병 의지를 드러내면서 캐나다 국민을 자극했다. 그는 자신이 설립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캐나다가 미국의 소중한 51번째 주가 되면 세금 없이 자동차·철강·알루미늄, 목재·에너지와 다른 모든 산업을 네 배로 성장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