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작업반 구성해 관세·비관세 등 본격 논의…조선·에너지 협력도 추진
한미 양국의 통상 협의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통상당국이 현 정부에서 무언가를 결정할 일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한미가 '7월 패키지(July Package) 합의'를 결정함에 따라 6월 3일 대선 이후 차기 정부에서 양국의 통상 이슈에 대한 실질적 합의가 이뤄진다는 의미다.
이에 이번 한미 통상 협상은 관세·비관세·경제안보·대미투자 등 4대 분야를 포괄해 이뤄지며, 실질적인 합의와 결정은 차기 정부로 넘어가는 구조가 될 전망이다.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28일 기자들과 만나 차기 정부 출범 전에 무언가 결정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줄라이 패키지는 종합 패키지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5~6월에 무언가 의사결정이 끝나는 건 이론상 없다"라며 "가능성이 크지 않다가 아니라 아예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번 '한미 2+2 통상협의'는 한덕수 권한대행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통화에서 무역 균형, 조선, 에너지 등 3대 분야에 대해 논의하기로 합의한 이후 2주 만에 개최된 후속 조치다. 산업부를 비롯해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보건복지부 등 주요 부처 담당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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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통상 협의에서는 양국이 관세, 비관세, 경제안보, 대미투자 4개 분야를 집중 논의하되, 환율은 별도 채널로 떼어 기재부-미 재무부 간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통상 당국인 산업부와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7월 8일까지 '줄라이 패키지'를 마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박 차관은 "미국도 우리의 정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라며 "6월 3일 조기 대선으로 인한 과도기 상황을 고려해 줄라이 패키지를 설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주 중후반 기술 협의를 거쳐 작업반 구성을 마무리하고, 이르면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작업반 회의가 시작될 예정"이라며 "5월 중순 그리어 USTR 대표 방한 때 장관급 협의로 중간 점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업반은 미측과 협의를 통해 약 6개 내외로 구성될 예정이며, 산업부 통상정책국장이 전체를 총괄하고 관계 부처가 대거 참여한다. 경제안보 분야는 다양한 공급망 이슈를 포괄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까지 구체적 의제는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미국 측이 조선 산업 협력에 대해 상당한 공감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차관은 한미 조선 협력에 대해 "미국 입장에서 조선업 재건은 국익에 부합하는 중요한 과제"라며 "한국은 미국이 조선산업을 재건하는 데 있어 최우선 파트너로 지목됐다"고 말했다. 다만, 존스법 등 미국 내 건조 의무 법령이 엄격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제약이 상당하다.
그는 "한국과 미국이 일방적인 지원 관계가 아니라, 생산성 향상과 인력 협력 등을 통한 상호 윈윈 모델을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관련 실사단 파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 차관은 "에너지 실장 등을 중심으로 실사단을 꾸려 조만간 현지 실사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사업 타당성 확인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한미 통상 협의에서는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공식 의제로 다뤄지지 않았다. 박 차관은 "방위비 문제는 협의 과정에서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속도 조절 여부와 관련해서는 "머뭇거릴 여유도 없지만 과속할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70일이라는 짧은 협상 기한을 설정했지만, 정형화된 협상이 아닌 비정형 협상이기 때문에 더욱 타이트한 일정"이라며 "속도를 내야 할 부분은 신속히 대응하되, 과도한 부담은 남기지 않도록 지혜롭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박 차관은 "줄라이 패키지는 우리 정부가 아니라 차기 정부가 최종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며 "우리는 작업반 구성과 기술 협의 등 준비 작업에 최선을 다해 차기 정부로 매끄럽게 이관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산업부는 이번 협상에서 비관세 장벽 해소 문제도 다루기로 했다. 구체적인 항목은 작업반 구성 이후 확정될 예정이지만, 박 차관은 "미국이 요구하는 사항을 무조건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경제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