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으로 국내 수출 기업 부정적 영향 확대
공급망 위기 대응 전략 마련 시급
미국의 대중 첨단기술 수출 제한과 중국의 핵심 광물 수출 통제 등 미중 통상 갈등이 격화하면서 국내 수출 기업의 절반 이상이 공급망 위기를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전략적인 국제 협력과 실효성 있는 정책금융 등 종합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27일 발간한 ‘트럼프 2기, 미국과 중국의 수출통제에 따른 우리 기업의 공급망 리스크 인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수출통제가 국경 바깥까지 확대되며 우리 기업들이 공급망 리스크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은 해외직접생산규칙(FDPR)을 통해 미국 기술이 포함된 제품을 중국에 수출하는 제3국 기업을 제재하고 있으며, 중국도 제3국 기업 통제를 위한 이중용도 품목(민간용과 군사용으로 동시 사용 가능한 제품 또는 기술)의 역외 적용 관련 규정을 정비했다.
무역협회가 지난해 기준 수출 실적 50만 달러 이상 제조기업 74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3.4%는 전년 대비 공급망 조달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제재에 따른 어려움으로는 ‘환율 변동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63.4%·복수응답)’, ‘원자재·중간재 수급(42.4%)’, ‘중국 수출통제에 따른 통관 지연(24.9%)’ 등이 꼽혔다.
AI 추천 뉴스
문제는 공급망 위기 대응책을 수립한 기업은 전체의 2.4%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51.8%)은 특별한 대책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들이 추진 중인 주요 대응 전략으로는 ‘수급처 다변화 모색(64.7%·복수응답)’, ‘공급망 모니터링 강화(42.6%)’ 등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핵심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고려하면 중국의 제3국 기업 제재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중국산 몰리브덴 괴 수입 비중은 99.7%, 탄화텅스텐과 산화텅스텐은 각각 91.4%, 80.4%에 달한다. 단기적으로는 민간과 공공의 비축 물량 확대를 통해 대응할 수 있지만, 수출허가 지연과 통제 강화가 반복된다면 구조적 공급망 리스크로 전이될 수 있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조달처·수출처 다변화 등 공급망 다변화 전략 강화 △핵심 광물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G2G(정부 간 거래) 자원 협력 확대 △미중 제재 충돌 대비한 기업 보호 장치 마련 △리스크 기업에 대한 우선적 정책금융 확대 등 4가지 전략을 제안했다.
진실 한국무역협회 선임연구위원은 “기업들이 인도,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사우스 국가로 수출처 및 공급망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외국 제재 준수에 대한 전문가 판단 등 가이드 라인 지원, 타국 제재 불이행 시 불이익에 대한 보상 체계 마련 등 우리 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