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LB그룹이 ‘포스트 리보세라닙’ 전략을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단일 파이프라인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항암제부터 비만치료제에 이르는 다양한 신약후보물질과 펩타이드 기반 치료소재 등 미래 성장 동력을 확대·강화해 진단에서 치료, 예방으로 이어지는 전주기 밸류체인을 보유한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하겠단 계획이다.
HLB그룹은 22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버서더 서울에서 열린 ‘2025 HLB 포럼’에서 이런 내용을 공유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은 HLB포럼은 연구개발 중심의 기존 행사에서 확장돼 전사적인 사업 계획과 성장 전략을 조명했다.
이날 포럼 현장에서는 HLB 핵심 계열사인 HLB제넥스와 HLB뉴로토브, HLB펩의 대표들이 기술 경쟁력과 앞으로의 방향성을 직접 소개했다. HLB제넥스는 고기능성 산업용 효소와 바이오헬스케어 소재, 바이오 신약 개발을 아우르는 통합 생명과학 기업으로, 효소 기반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희귀 중추신경계 질환 신약을 개발하는 HLB뉴로토브와 펩타이드 기반 치료소재 기업 HLB펩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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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HLB제넥스 대표는 회사의 안정적인 유동성과 현금 창출력을 강조했다. 그는 “HLB제넥스는 3월 말 기준 현금성 자산 약 650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1~2년 내 현금화될 수 있는 사업 위주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HLB뉴로토브의 주요 파이프라인은 근긴장이상증 치료제 ‘NT-1’과 파킨슨병 치료제 ‘NT-3’이다. NT-1은 올해 10월 국내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신청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임상에 들어갈 전망이다. 전임상 단계인 NT-3은 2027년에 IND를 신청한다.
김대수 HLB뉴로토브 대표는 “NT-1은 속효성 있는 약물로, 근긴장이상증 환자의 증상을 바로 해소한다. 이에 따라 임상 환자당 추적기간이 6개월 이내로 짧아 후속 임상까지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라면서 “근긴장이상증은 미국에서 희귀질환으로 분류돼 신속한 허가가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HLB펩은 5000여 종의 펩타이드 라이브러리와 독보적인 합성 기술을 바탕으로 원료의약품(API), 위탁개발생산(CDMO), 바이오 신약, 화장품에 이르는 다양한 영역에서 사업을 전개한다. 현재 오송 생산설비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cGMP) 인증을 추진하고 있으며 커큐민 성분의 화장품을 연내 출시할 예정이다.
심경재 HLB펩 대표는 “HLB펩은 현존하는 모든 펩타이드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갖고 있다. 오송 공장을 증설해 글로벌 수요를 흡수하겠다”라면서 “미국 인터켐(InterChem)과 파트너십으로 미국 시장 진출 교두보를 마련한 상태”라고 말했다.

HLB는 핵심 파이프라인인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추진에 이어 후속 파이프라인인 ‘리라푸그라티닙’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리라푸그라티닙은 섬유아세포성장인자수용체2(FGFR2)의 융합·변이·증폭을 표적하는 고선택적 경구 치료제다. 미국 릴레이테라퓨틱스로부터 지난해 말 도입했다. 미국에서 담관암 2차 치료제로 임상 2상을 완료하고 FDA 조건부 허가를 추진 중이다.
진양곤 HLB그룹 회장은 이날 “간암 신약의 상업화와 리라푸그라티닙의 막바지 임상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라면서 올해와 내년 각각 상업화에 성공하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단 점을 강조했다.
리라푸그라티닙의 임상 1/2상에 참여한 미국 모핏 암센터의 리차드 김 교수는 ‘담관암 치료제로서 리라푸그라티닙의 가치’란 주제의 발표를 통해 “기존 범-FGFR 억제제 대비 부작용 발생을 최소화하고 내성 돌연변이에 대해서도 활성을 보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FGFR 억제제 치료 경험이 없는 FGFR2 융합 담관암 환자에서 최대 88.2%의 객관적반응률(ORR)을 기록하며 차세대 FGFR2 표적 치료제로서 가능성을 입증했다”라고 평가했다.
이 밖에도 HLB펩이 7종의 펩타이드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그 중 ‘AGM-217’은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글루카곤(GLP-1/GCG) 수용체를 타깃해 기존 치료제보다 지방 연소 효과를 높인 대사성 비만 치료제이며, ‘AGM-260’은 장 점막의 G단백질결합수용체(GPCR) 표적 기반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다. 각각 장기지속형 제형 및 경구제형으로 확장 가능한 구조로, 전임상 단계에서 유의미한 개념증명(Proof of Concept, PoC)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