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글로벌 쇠고기 수출 점유율 20.4→28.7%로 뛰어
대두, 수수 등 곡류 시장 대안으로도 부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발한 무역전쟁의 초반 승자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로 보인다. 세계 최대 농산물 공급국이자 소비국인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해지자 세계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기 위해 육류부터 곡류에 이르기까지 남미 국가들이 수출을 늘릴 기회가 생겼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장 새로운 기회는 육류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10대 쇠고기 수입국 가운데 8개국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이미 육류 무역 흐름은 재편된 상태라고 블룸버그는 강조했다. 알제리와 튀르키예를 포함한 할랄 시장으로의 브라질산 쇠고기 수출이 늘었다. 미국산 쇠고기 2대 수입국이던 일본은 현재 브라질에서 더 저렴한 육류를 구매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그 결과 2021년 20.4%였던 브라질의 전 세계 쇠고기 수출시장 점유율은 올해 28.7%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닭고기도 32%에서 36%로, 돼지고기는 11%에서 16%로 각각 올랐다.
데이터그로의 기예흐미 장키 애널리스트는 “무역전쟁으로 인해 경기침체가 벌어지면 다른 해외 쇠고기 구매자들은 구매 비용이 덜 드는 국가들, 특히 브라질로 옮겨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 뉴스
2023년 초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로 타격을 받았던 아르헨티나도 지난달 중국이 가금류 수입을 재개하기로 하면서 수출이 다시 활기를 띠게 됐다. 아르헨티나는 수입 금지 이전에 중국의 세 번째로 큰 닭고기 공급국이었다.
농산물에서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브라질은 이달 중국으로부터 대두를 대량 주문받았다. 미국산 제품 의존도를 낮추려는 중국이 거래처를 브라질로 옮긴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동물 사료용 곡물인 수수에 있어서 미국을 대체할 공급처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은 수수의 세계 최대 소비국이고 미국은 최대 공급국인데, 둘이 싸우면서 아르헨티나가 반사 이익을 얻고 있다.
아르헨티나 토르콰토 디 텔라대의 이보 사르자노비치 교수는 “4분기는 미국이 수확하고 중국과 유럽이 대두와 옥수수를 미국에서 구매하는 시기”라며 “지금의 혼란이 그때까지 이어진다면 미국은 수출을 제대로 못 할 것이고 중국과 유럽은 계속 남미에서 사들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남미공동시장(MERCOSURㆍ메르코수르)과 유럽연합(EU) 간의 무역협정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남미에서 유럽으로의 농산물 출하량이 증가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독일이 협정 체결에 가장 적극적이고 프랑스는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주 차기 독일 총리로 낙점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 대표가 자국 언론 인터뷰에서 “이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조차 메르코수르 협정 비준 쪽으로 기울고 있다”며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다.
다만 블룸버그는 “농산물 시장 가격 변동성은 모든 수출업체에 여전히 위험 요소”라며 “예를 들어 관세 발표 직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대두 현물 가격이 상승했는데, 세계 경기침체가 수요를 감소시키고 선물 가격 하락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종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