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안중근 조명한 ‘하얼빈’…김훈 “젊었을 때부터 쓰고 싶었던 소설”

입력 2022-08-0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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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내가 젊었을 때부터 쓰고 싶었던 소설이다.

▲김훈 작가가 3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신작 '하얼빈' 출간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훈 작가가 3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신작 '하얼빈' 출간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책 ‘하얼빈’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김훈은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안중근의 빛나는 청춘을 소설로 써보려는 것은 내 소망이었다”며 “밥벌이를 하는 틈틈이 자료와 기록들을 찾아봤다”고 전했다.

‘하얼빈’은 1909년 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순간과 그 전후의 짧은 나날에 주안점을 둔 소설이다. 안중근의 삶에서 가장 뜨겁고 치열했던 순간들만 추출해 지면 위로 펼쳐낸 소설이 바로 이 책이다.

김훈은 안중근 앞에 붙는 ‘독립운동가’, ‘투사’, ‘영웅’이라는 칭호보다 그가 시대의 멍에를 짊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더욱 천착했다. 그런 점에서 ‘하얼빈’은 이순신의 내면을 입체적으로 조명한 김훈의 역작 ‘칼의 노래’와 궤를 같이한다. 두 책 모두 안중근과 이순신이라는 영웅의 인간적인 고뇌를 묘사하는 데 더욱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훈은 “안중근에 관한 소설, 르포, 연구서들이 많다. 그 문헌들은 다 안중근의 민족주의적 열정과 영웅성을 서술하는 데 집중한다. 내 소설에도 그런 대목이 없지 않다. 안중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으니까. 그러나 나는 안중근의 청춘과 영혼, 그의 생명력을 소설로 묘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우덕순이 말했다.
- 이토가 온다는 얘기냐?
- 그렇다. 하얼빈으로 온다.
- 온다고?
항구 앞 루스키섬의 등대 불빛이 어둠을 휘저었다. 불빛은 술집 안까지 들어왔다. 불빛이 스칠 때 우덕순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다. - ‘하얼빈’ 中

‘하얼빈’은 역사소설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청춘소설로도 읽을 수 있다. 장엄한 역사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낸 청춘들의 활력이 문장으로 살아 움직이기 때문이다.

김훈은 “소설을 쓰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안중근과 우덕순이 블라디보스토크의 허름한 술집에서 이토 히로부미 암살 계획에 관한 대화를 나눴던 대목을 쓸 때다. 그들은 대의명분에 관한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총알은 몇 발 있는가?’, ‘돈은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 등이 전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대의 고뇌는 무거웠지만 두 젊은이의 처신은 바람처럼 가벼웠다”며 청춘들의 빛나는 열정에 찬사를 보냈다.

대륙의 산맥과 강 위로 뻗어나간 철도들이 어둠 속에 펼쳐졌다. 철도의 저쪽 끝에서 이토는 오고 있었다. 그날 밤 안중근은 깊이 잠들었다. - ‘하얼빈’ 中

김훈은 이번 소설이 반일 민족주의 등으로 표현되는 것에 대해 경계했다. 그는 “안중근 시대의 민족주의는 국권이 짓밟히고 위태로울 때, 그 회복을 위해서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정신적 동력으로서 매우 고귀한 이데올로기라고 생각한다. 그건 이미 역사로 증명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지금의 민족주의는 국민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이데올로기라고 보기엔 매우 허약하다”며 “온갖 이념과 갈등이 대립하는 사회에서 민족주의가 이 사회를 통합할 수 있는 이데올로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낭만적인 생각이다. 물론 민족주의의 정신적 가치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의 갈등을 봉합하고, 현실의 문제를 타개할 수 있는 이데올로기가 되기엔 빈약하다”고 말했다.

▲김훈 작가가 3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신작 '하얼빈' 출간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훈 작가가 3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신작 '하얼빈' 출간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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