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다 가블러' 이영애ㆍ이혜영, 이례적 더블 헤드라인
정치적 모순 다룬 '킬링시저'⋯손호준ㆍ유승호 열연

박하선, 손호준, 유이, 유승호, 이연희, 이영애, 이혜영, 임주환, 전도연 등 스타 배우들이 연극 무대로 향하고 있다. 커리어 확장 기회와 함께 최근 공연 시장의 활황에 힘입은 스타 마케팅이 맞물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예술경영지원센터가 발표한 ‘공연시장 티켓판매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연극시장 매출액은 179억 원으로 집계됐다. 공연건수·공연회차·티켓예매수·티켓판매액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21년 1분기 52억 원 △2022년 1분기 87억 원 △2023년 1분기 170억8000만 원 △2024년 1분기 170억9000만 원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올해 1분기에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스타 배우들이 대거 연극 무대로 향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대표적으로 배우 이영애다. 그는 '헤다 가블러'라는 작품을 통해 무려 32년 만에 연극으로 복귀했다. 그는 신인 시절인 1993년 연극 '짜장면'에 출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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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첫 공연을 한 이영애는 기자간담회에서 "매 순간 힘들지만, 그 몇 배의 즐거움을 얻고 있다"라며 복귀 소감을 밝혔다. '헤다 가블러'는 LG아트센터와 국립극단의 공연이 같은 시기에 올라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LG아트센터에서는 이영애가, 국립극단에서는 이혜영이 열연 중이다.
'헤다 가블러'는 노르웨이 극작가 헨리크 입센이 1890년에 발표한 희곡이 원작이다. 여성의 억압된 욕망을 날카롭게 파고드는데, 근대 연극사에 가장 복잡하고 모순적인 여성 인물을 다룬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영애는 "이혜영 선배님이 하시는 색깔과 이영애의 색깔은 어떨까 비교해서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라며 "한편으로는 연극계에 또 다른 새로운 바람을 불어 일으키면 그것도 좋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연극 '벚꽃동산'을 통해 관객들과 만난 전도연 역시 "늘 연극이라는 것에 갈망이 있긴 했었지만 사실 좀 두려움이 컸다"라며 "자신이 없기도 했는데, 궁금증도 있어서 (연극을) 선택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최근 손호준과 유승호의 연극 '킬링시저' 역시 시선을 끌고 있다.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줄리어스 시저'를 원작으로 한 연극이다. 공화정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자행된 시저 암살이 결국 또 다른 독재자를 탄생시킨다는 정치적 아이러니를 풀어낸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손호준은 '시저'를, 유승호는 '브루터스' 역을 맡았다. 두 사람은 지난해 1980년대 미국의 불안과 우울 그린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에서도 더블 캐스팅돼 섬세한 연기로 호평받았다. 이 작품은 새 시대의 변화를 앞두고 동성애자, 흑인, 유대인, 몰몬교인, 에이즈 환자 등 사회적 소수자가 겪는 차별과 정체성 혼란을 다루고 있는 연극이다.
이 밖에도 배우 임주환은 '프라이드', 박하선과 유이는 '바닷마을 다이어리', 이연희는 '꽃의 비밀' 등에서 열연을 펼치며 관객들과 호흡 중이다.
아울러 올해 1분기 연극 부문 매출 1위를 달성한 '세일즈맨의 죽음'은 박근형, 손병호, 손숙 등 스타 연극배우들이 출연해 인기를 모았다. 아서 밀러가 1949년 발표한 동명의 사회주의 리얼리즘 희곡을 원작으로 한 연극이다. 꿈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방황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담았다.
한 연극 관계자는 "1분기에는 '세일즈맨의 죽음'이 있었고, 2분기부터는 '시련', '헤다가블러' 등 고전 작품들이 대형 공연장들을 통해 무대에 올랐다"라며 "이러한 작품에 출연하는 것 자체가 커리어 확장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스타 배우들의 출연이) 지속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LG아트센터와 국립극단의 '헤다가블러' 공연이 같은 시기에 올라가는 흔치 않은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라며 "민간과 국립에서의 제작이니만큼 스타 마케팅 활용 및 전작 출연진들의 이동 등 다양한 지점에서 논의가 확장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