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벤처기업부 산하기관인 기술보증기금이 이사장 선임 재공모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관측된다. 12·3 비상계엄 사태 등으로 1년 넘게 후임을 찾지 못하다 지난해 12월 차기 이사장 선임 절차에 들어갔지만, 압축된 후보군 3명이 모두 탈락하면서 인선 절차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기술보증기금은 중소벤처기업의 혁신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연간 수조원의 신규 보증을 공급하는데, 이번 기관장 인선 재추진으로 임기가 만료된 이사장의 유임 상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2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기보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올해 초 이사장 후보 공개 모집을 마치고 내부 출신 인사 2명과 내외부 이력을 모두 가진 1명 등 3명을 후보로 압축해 인사검증 단계를 밟았지만, 지난달 막바지 단계에선 전원 반려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정치권 인사는 “추천 후보 모두 반려돼 곧 재공모에 나서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반려 배경에 대해 중기부 관계자는 “적임자가 없었던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기보는 조만간 인선 작업을 첫 단계부터 재추진할 전망이다. 재공모 시점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앞서 기보는 작년 12월 말 차기 이사장 선임 절차에 돌입했다. 김종호 현 이사장(14대)의 공식 임기가 끝난지 13개월 만이다. 김 이사장 임기는 2024년 11월 초 만료됐지만, 한 달 후 12·3 비상계엄 사태로 정국 혼란이 이어지면서 기관장 교체 작업은 전면 중단됐다. 후임을 찾지 못한 탓에 2021년 11월 문재인 정부 당시 취임한 김 이사장은 현재 1년6개월 가까이 유임 상태다.
특히 이사장 인선이 재추진 수순을 밟게되면서 김 이사장의 유임은 장기화가 불가피해졌다. 서류·면접 심사, 인사 검증 등 후속절차를 다시 진행해야 하는 만큼 당장 이달 재공고가 이뤄진다고 해도 6월에나 신임 이사장의 취임이 가능하다. 공공기관장 인선엔 통상 2~3개월이 소요된다.
기보는 기술력과 혁신성을 갖춘 중소벤처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정책금융기관이다. 지난해 31조8000억원 규모의 보증을 공급했고 올해는 5조4000억원의 신규보증을 포함해 총 30조1000억원 규모의 보증 지원에 나선다. 연구개발(R&D) 금융과 인수합병(M&A) 보증 등을 통해 중소벤처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최근엔 중동전쟁으로 위기에 직면한 중소벤처기업을 위해 추경 예산안을 반영, 1조2000억원 규모의 특례보증도 실시한다. 여기다 벤처 4대강국 도약을 위해 기보의 지원 사격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현재 김 이사장이 유임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주요한 의사결정과 정책 집행 지연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신속한 수장 교체 필요성에 무게가 실린다.
또 기보 이사장 인선이 지연되면 자칫 중기부 산하기관의 인사병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재 중기부 산하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기정원), 한국중소벤처기업유통원(한유원) 3곳의 기관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한유원은 이태식 대표의 임기가 이달 13일 끝났고 중진공과 기정원은 올해 8월 기관장 임기가 종료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후보군 백지화가 6·3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와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선거 이후 낙천·낙선 인사로 자리가 채워지지 않겠냐는 분석이다. 이 경우 김 이사장의 유임 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 관가 한 고위 관계자는 “현재 기관장 교체가 필요한 공공기관들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시급성을 고려하면 기보가 우선순위가 아닐 수 있다”며 사실상 지연 가능성을 시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