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강 아닌 32강은 그래도 수월할까?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한국의 32강 진출 가능성을 두고 외신 전망은 엇갈렸습니다. 기존의 배수가 되어도 토너먼트 진출은 절대 쉽지 않은데요. 한국을 조 2위로 보는 ‘낙관론’과 조 2위는 놓치더라도 3위 와일드카드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존론’ 그리고 이조차 장담하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혼재하죠.
그래도 외신이 본 한국은 탈락 후보보다는 32강 후보에 가까운데요. 다만 ‘무난한 조 2위’로 분류하기에는 불안 요소가 적지 않죠. 한국이 체코와의 첫 경기에서 밀리지 않으면 조 2위 길이 열리는데요. 반대로 체코전에서 흔들리면 3위 와일드카드, 골득실, 다른 조 결과까지 따져야 하는 복잡한 계산으로 향합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은 예전 월드컵과 구조가 달라졌는데요. 본선 참가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면서 조별리그 다음 단계가 16강이 아니라 32강이 됐죠. 각 조 1·2위 24개 팀이 자동으로 32강에 오르고 12개 조 3위 가운데 성적이 좋은 8개 팀이 추가로 합류하는데요.
조 3위 팀들은 승점, 골득실, 다득점 순으로 다시 줄 세워집니다. 1승 1무 1패의 승점 4점 팀은 1승 2패의 승점 3점 팀보다 앞서고 승점이 같으면 골득실이 높은 팀이 유리한데요. 골득실까지 같을 경우에는 더 많은 골을 넣은 팀이 앞서게 되죠. 그래서 조 3위로 32강을 노릴 경우, 남아공전은 단순히 이기는 경기에서 끝나면 안 되는데요. 앞선 두 경기에서 잃은 골득실을 만회하고 다른 조 3위 팀들과의 비교에서 밀리지 않을 점수 차까지 신경 써야 하죠.

3일(이하 현지시간) 축구 통계업체 옵타의 슈퍼컴퓨터는 A조에서 한국의 32강 진출 확률을 70.1%로 계산했는데요. 멕시코가 87.2%로 가장 높았고 한국이 그 뒤를 이었죠. 체코는 64.2%, 남아공은 48.9%였는데요. 숫자만 보면 한국은 A조에서 두 번째로 32강에 가까운 팀입니다.
CBS스포츠의 전망은 조금 더 상세한데요. 이 매체는 한국이 체코와 2-2로 비기고, 멕시코와 1-1로 비긴 뒤, 남아공을 2-1로 꺾어 승점 5점으로 A조 2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한국이 체코와 멕시코를 상대로 패하지 않고, 마지막 남아공전에서 승리한다는 계산인데요. 이 시나리오에서는 멕시코가 조 1위, 한국이 조 2위로 32강에 진출하죠.

한국이 체코와의 2위 경쟁에서 밀릴 수는 있지만 그래도 탈락까지는 가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 뼈 아프지만 현실적인 시나리오도 나왔습니다.
지난달 25일 NBC스포츠는 A조 순위를 멕시코 1위, 체코 2위, 한국 3위, 남아공 4위로 예상했죠. 여기까지만 보면 한국에 다소 불리한 전망인데요. 하지만 NBC는 한국을 탈락팀으로 분류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이 3위 팀 중 성적이 좋은 팀으로 32강에 오른다고 봤죠.
NBC는 한국을 비롯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스코틀랜드, 호주, 퀴라소, 스웨덴, 카보베르데, 세네갈을 ‘상위 3위’ 진출팀으로 골랐는데요. 반면 이란, 알제리, 우즈베키스탄, 파나마 등은 조 3위로 예상하면서도 32강 진출팀에는 넣지 않았습니다.
종합해 보면 NBC가 본 한국은 조 2위 안정권은 아닌데요. 체코와의 직접 경쟁에서는 밀릴 수 있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조별리그 전체 3위 팀 경쟁에서는 상위 8개 안에 들 수 있는 팀으로 평가했는데요. 다시 말해 한국은 ‘탈락 후보’라기보다, 2위 통과와 3위 생존 사이에 걸쳐 있는 팀인 셈이죠.

외신이 한국의 32강 가능성을 대체로 열어두면서도 조 2위를 확신하지 못하는 이유는 체코 때문입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5일 A조 전망에서 멕시코가 비교적 무난히 토너먼트에 오를 것으로 보면서도, 한국과 체코의 2위 경쟁은 어느 한쪽의 우세를 단정하기 어려운 박빙 구도라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과달라하라에서 열리는 한국과 체코의 첫 경기가 A조 순위 경쟁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봤는데요.
베팅시장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습니다. FOX스포츠가 정리한 32강 진출 배당에서 한국과 체코는 나란히 –310을 기록했습니다. 미국식 배당에서 –310은 310달러(약 47만5000원)를 걸어야 100달러(약 15만3000원)의 순이익을 얻는 구조인데요. 단순 환산하면 약 75%대 가능성을 뜻하죠. 두 팀의 배당이 같다는 것은 베팅시장이 한국과 체코 모두 32강 진출 가능성을 크게 보면서도 둘 사이의 우열은 가리지 못했다는 의미죠.

한국의 조별리그는 첫 번째 일정인 체코전에서 사실상 첫 결론이 나는데요. 체코를 이기면 한국은 조 2위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죠. 체코와 비겨도 경우의 수는 이어지지만 패하면 상황은 급격히 무거워집니다.
체코는 한국이 불편해할 만한 팀이죠. 1일 로이터에 따르면 체코는 공을 오래 돌리며 압도하는 팀이라기보다, 일단 버티고 막은 뒤 한 번의 역습이나 세트피스로 승부를 거는 팀에 가까운데요. 한국이 공을 많이 잡더라도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하면, 체코는 코너킥 하나나 크로스 하나로 흐름을 바꿀 수 있죠.
만약 체코와의 경기에서 패한다면 한국은 두 번째 경기에서 개최국 멕시코를 만나는데요. 멕시코는 A조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팀이죠. 한국이 체코전에서 승점을 얻어두면 멕시코전은 부담을 덜 수 있는데요. 멕시코에 패하더라도 남아공전 승리로 32강을 계산할 수 있죠. 하지만 체코전에서 지고 멕시코전까지 놓치면, 남아공전은 단순한 최종전이 아니라 생존전이 되는데요. 승리만으로 충분한지, 몇 골 차로 이겨야 하는지, 다른 조 3위 팀들은 어떤 성적을 냈는지까지 따져봐야 합니다.

손흥민(LAFC)의 결정력,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의 창의성, 김민재(뮌헨)의 수비 장악력은 외신이 한국을 32강 후보로 분류하는 가장 익숙한 근거인데요. 하지만 한국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가 이름값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죠. 옵타는 한국이 아시아 예선을 무패로 통과했고 예선 과정에서 일본 다음으로 많은 40골을 넣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수비 지표도 안정적인데요. 6경기 이상 치른 팀 가운데 한국보다 적게 실점한 팀은 일본과 호주뿐이었고 한국은 예선 전체에서 8실점만 허용했습니다. 허용 슈팅과 기대실점도 일본 다음으로 낮았죠.
핵심 선수들의 예선 기록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손흥민은 아시아 예선에서 10골을 넣으며 한국 선수 중 가장 많은 득점을 책임졌는데요. 이강인은 15경기에서 5골 6도움을 올렸고 도움 부문에서는 대표팀 내 최다였죠. 기회 창출도 37회로 아시아 예선 전체 상위권이었습니다. 김민재는 예선 공중볼 경합에서 39차례 중 29차례를 따내 성공률 74.4%를 기록했는데요. 체코의 높이와 세트피스를 상대해야 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공격진의 숫자만큼이나 수비 중심의 존재감도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하지만 예선에서의 안정감이 곧 본선의 안전판은 아니죠. 아시아 예선에서 많은 골을 넣고 적게 실점했더라도, 월드컵에서는 상대의 수준과 경기 압박이 달라집니다. 옵타도 한국의 핵심 선수와 예선 성적을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본선에서는 아직 풀어야 할 질문이 많다고 봤는데요. 로이터 역시 손흥민이 대표팀의 중심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최근 득점 부진과 공격 의존도는 한국이 안고 갈 부담이라고 짚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