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산업 인재 유출 막으려면...“처우 개선·사회적 대우 필요” [두뇌유출 下]

입력 2025-04-30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본 기사는 (2025-04-29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이공계 인재 의대 쏠림·해외 유출 심화
인재에 대한 사회적 대우 분위기 조성 필요
일한 만큼 제대로 보상하는 임금체계 개선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 만들어야

‘브레인 드레인(Brain drain·두뇌 유출)’.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첨단 산업 분야에서 두뇌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반도체, 인공지능(AI), 바이오, 미래차, 우주항공 등 전략 기술 산업들은 인재 부족에 신음 중이다. 최상위권 학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으로 이공계 두뇌 자체가 쪼그라들었고, 양성된 인재들은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해외 기업의 손짓에 머뭇거림 없이 떠난다. 고액 연봉과 연구 자율성, 이민 혜택까지 내세운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 젊은 두뇌들을 쓸어가고 있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경직된 조직문화, 낮은 보상, 복잡한 비자 제도로 대책 없이 뺏기고만 있는 상황이다. 외국 유학생과 연구자들도 졸업 후 한국에 머무르기보단 떠나는 경우가 더 많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는 기술과 인재를 둘러싼 전쟁 중이다. 한국이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국내 인재를 지키고 키우는 동시에 글로벌 인재를 끌어들이는 이중 전략이 필수적이다. 본지는 국내 인재 유출의 현실과 제도적 문제점, 대응방안 등에 대해 짚어본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미래 핵심 산업을 지탱할 인력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이공계 최상위권 학생들은 의대로 쏠리고, 양성된 유능한 인재들도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해외 기업으로 떠나고 있다.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인재를 대우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지 않으면 한국 산업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미래 핵심 산업을 지탱할 인력 기반에 대한 대우와 함께 이공계 인재들에 대해 사회적으로 존중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가 발전을 위해 헌신하는 인재들에게 걸맞은 처우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29일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의대로 몰리는 건 이공계 분야보다 사회적 대우나 보상 체계가 훨씬 좋기 때문”이라며 “미국, 중국, 대만은 오히려 의대보다 이공계를 더 많이 선호하고 우수 인재가 몰리는데 한국은 그 반대의 구조”라고 짚었다.

이 교수는 미국이나 중국 등은 첨단 산업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연봉을 한국보다 2~3배 높은 수준으로 책정하고, 사회적으로도 이들을 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에서는 이공계에서 일하면 굉장히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사회에 기여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돼있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다”면서 “좋은 인재가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지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도 “기업들은 일한 만큼 제대로 보상하는 임금 체계를 마련하고, 정부는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이공계 엔지니어들을 위한 연금 제도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개인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했다.

인재들이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해외 대학이나 기업에서는 인재들이 자유롭게 연구 아젠다를 제안하고, 그래픽처리장치(GPU) 같은 자원도 무제한으로 쓸 수 있다”며 “한국에는 그런 인프라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지금처럼 연구비 지원이 적고, 연구 인프라가 열악한 상황에서는 아무리 인재를 뽑아도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면서 “차기 정부는 파격적인 연구 지원 정책을 마련해야 하고, 기업도 인재들이 자유롭게 주제를 선택해서 연구할 수 있게 하는 환경을 갖춰야 한다”고 진단했다.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여전히 하드웨어 중심에 머물러 있는 제조업 분위기를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한다는 의견도 언급됐다. 최 교수는 “이미 소프트 파워 시대로 넘어갔는데 한국 대기업들이 이끄는 제조업은 여전히 하드웨어 중심에 머물러 있다”면서 “그러다 보니 첨단 산업 인재들이 국내에서 좋은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들이 대학과 계약을 맺고 특정 분야의 맞춤형 인력을 양성하는 ‘계약학과’를 운영하고 있으나 이 역시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안 전무는 “계약학과는 좋은 인재를 채용하기엔 좋은 방법이지만, 의무 재직 기간이 끝나면 떠나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에는 근본적인 처우 개선이 없으면 우수 인재는 떠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이공계 인재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는 것은 단순히 인건비 상승이 아닌 ‘투자’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인재를 뽑기 위해 비용을 쓰는 건 일종의 투자”라면서 “좋은 인재를 뽑고, 그 인재가 다시 실적을 내도록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300조로 빚 탕감', '차별금지법 반대'…대선 후보들의 이색 공약
  • 직진·환승, 그리고 오열…도파민 터지는 '레전드 연프' 정주행 해볼까
  • '헌 폰도 새 폰처럼' 갤럭시 S24 사용자가 '원 UI 7.0' 써보니
  • 달리는 '李'에 태클 건 대법원?…대선판 흔들리나
  • 어린이날ㆍ석가탄신일 낀 황금연휴…전국 행사 총정리 [주말N축제]
  • 강남에서 2800가구 평당 8400만원은 넘어야…대한민국 '대장 아파트' 살펴보니
  • 어린이날 황금연휴 시작…가족ㆍ연인과 즐길 만한 문화 나들이는?
  • “즐거운 연휴 신차 시승·모터사이클 전시 즐겨보세요”

댓글

0 / 300
  • 이투데이 정치대학 유튜브 채널
  • 이투데이TV 유튜브 채널
  • 이투데이 컬피 유튜브 채널
  • 오늘의 상승종목

  • 05.02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7,768,000
    • -0.61%
    • 이더리움
    • 2,609,000
    • -0.95%
    • 비트코인 캐시
    • 525,500
    • -2.95%
    • 리플
    • 3,132
    • -0.79%
    • 솔라나
    • 209,700
    • -1.69%
    • 에이다
    • 1,013
    • +1.1%
    • 이오스
    • 1,055
    • +0.19%
    • 트론
    • 353
    • +0.28%
    • 스텔라루멘
    • 387
    • -0.77%
    • 비트코인에스브이
    • 52,600
    • -5.65%
    • 체인링크
    • 20,360
    • -3.96%
    • 샌드박스
    • 406
    • -6.02%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