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총재는 30일 한은과 한국금융학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정책심포지엄 환영사에서 “우리 경제를 둘러싼 통화정책 여건의 중장기 구조적 변화를 고려해 통화정책 운영체계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글로벌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통화정책 운영방식인 ‘코리도(corridor) 시스템’과 ‘플로어(floor) 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한은 역시 통화정책 운영체계를 재점검할 때가 됐다는 얘기다. 코리도 시스템은 정책금리를 중심으로 상·하한 금리 구간(corridor)을 설정해 단기시장금리가 이 범위 내에서 형성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고, 플로어 시스템은 단기시장금리의 하한을 설정해 단기시장금리가 그 이하로 하락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 총재는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위기와 같은 대내외 충격 속에서도 통화정책 운영체계에 큰 변화를 주지 않고 코리도 시스템을 일관되게 유지해 왔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주요 선진국과 달리 양적완화 등 비전통적 정책수단을 도입하지 않고도 기준금리 조정 등 전통적인 통화정책 수단으로 위기 대응이 가능할 만큼 정책여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 총재는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추세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커지고,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가 증가하는 등 유동성 수급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통화정책 운영체계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이 총재는 “그동안 통화정책 운영체계에서 기조적인 유동성 흡수 수단으로 주로 활용되어 온 통화안정증권의 역할을 재점검할 필요가 생겼다”며 “지표채권 및 고유동성 안전자산으로서의 통화안정증권의 역할을 고려해 부채관리 차원에서 이를 어떻게 발전적으로 활용할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울러 한은의 환매조건부증권(RP) 거래도 유동성 변화 추세에 부응할 수 있도록 개선 방향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양적완화(QE)와 같은 대차대조표 확대 정책을 도입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저출산·고령화 심화, 잠재성장률의 추세적 하락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며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정책금리가 제로하한 수준에 근접하게 되면, 선진국 중앙은행이 했던 것처럼 양적완화(QE)와 같은 대차대조표 확대 정책을 도입할 수 있을지,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등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이러한 수단을 활용하기 어렵다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대체 정책수단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