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흥토건이 지난해에만 특수관계사로부터 2조 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등 외부 금융기관 차입을 줄이고 특수관계사 의존도를 크게 높인 결과다. 지배구조 개편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한 조치지만 일각에서는 재무건전성 악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흥토건의 특수관계사 차입금은 1조8277억 원으로 전년(1조3950억 원) 대비 31% 증가했다. 중흥토건은 2019년까지 특수관계사 차입금이 없었지만 2020년 3895억 원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차입을 시작했다. 이후 2021년 소폭 감소(3780억 원)했다가 2022년 4200억 원으로 다시 증가했다.

반면 은행 등 외부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장기차입금은 감소했다. 지난해 말 기준 중흥토건의 금융기관 장기차입금은 7576억 원으로 2023년 말 9668억 원 대비 약 21.6% 줄었다. 금리와 대출 심사 강화로 은행권 차입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조달이 쉬운 특수관계사 자금을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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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흥토건의 특수관계사 차입 확대 주요 배경은 지주사 행위제한 규정 해소를 위한 계열사 흡수합병과 지분 취득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비상장 자회사의 지분을 50% 이상, 상장사 자회사는 30% 이상 확보해야 한다.
중흥토건은 2023년까지 중봉홀딩스와 세종중흥건설을 흡수합병하고 나주관광개발, 선월하이파크밸리 등 여러 계열사의 지분율을 50% 이상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1조 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됐다.
또한 2022년 인수한 대우건설 관련 인수금융 상환 부담도 차입 확대 요인으로 작용했다. 당시 중흥그룹은 1조200억 원을 조달했으며 현재 약 3500억 원이 아직 상환되지 않은 상태다.
대규모 자금을 지배구조 개편에 사용하면서 당장 필요한 운영자금 마련을 위한 단기 차입도 급격히 늘렸다. 2023년 말 1251억 원이던 단기차입금은 2024년 말 3208억 원으로 2.5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광주은행, 녹턴제일차, 키움캐피탈 등으로부터 고금리 단기대출을 확대하면서 중흥토건은 운영자금을 고금리 단기대출과 특수관계사 자금에 의존하는 구조로 전환했다.
이로 인한 금리 부담도 적지 않다. 중흥토건의 지난해 말 기준 장기차입금에 따른 연간 이자비용은 월 약 48억 원, 단기차입금 이자는 연간 월 약 16억 원으로 추산된다. 특수관계사 자금 대부분이 4.6% 내외 금리로 조달됐지만 단기 고금리 대출이 늘면서 총 이자비용 부담이 커진 것이다.
이에 따라 중흥토건의 부채비율은 2023년 말 123.4%에서 지난해 말 기준 148.8%로 상승했다. 업계에선 특수관계사 차입 확대가 단기 유동성 확보에는 기여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재무건전성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는 “특수관계사 차입이 지속적으로 늘어난다면 장기적인 재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외부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에선 단기적인 유동성 확보 수단으로 활용한 점을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중흥토건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과 대우건설 인수 등으로 특수관계사 차입이 일시적으로 증가했다"며 "관련 이슈가 마무리되는 대로 재무건전성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