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3% 이상 금리 상품 속속 출시
일부 저축은행이 금리인하 기조에도 불구하고 예금상품 금리를 잇달아 인상하고 있다. 수신잔액 감소로 유동성 확보가 시급해지자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2.96%로, 이달 초(2.98%) 대비 소폭 하락했다. 하지만 일부 저축은행은 수신 유치를 위해 금리를 오히려 인상하는 추세다. 1년 이상 정기예금상품 304개 가운데 34개 상품이 이달 초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은 최근 정기예금 금리를 0.2%포인트(p) 인상했다. SBI저축은행 영업점과 인터넷뱅킹, 사이다뱅크에서 판매하고 있는 정기예금(12개월 가입 기준) 상품의 금리는 연 2.8~3.0%에서 3.0~3.2%로 상향됐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금리 인하기 소비자 혜택을 높이는 동시에 수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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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K저축은행도 최고 연 2.50% 수준이었던 정기예금 금리를 3.21%로 높였다. 키움저축은행은 ‘더 키움 파킹통장’ 금리를 기존 최고 연 2.00%에서 2.85%로 인상했다.
저축은행 예금상품 평균 금리는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올해 초 3.33%였던 평균 금리는 2월 초 3.19%, 3월 초 3.05%에 이어 이달 1일에는 2.98%로 3%대를 밑돌았다.
금리 인하 흐름의 배경은 대출 영업 부진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연체율 상승, 적자 누적 등으로 영업 환경이 악화되면서 저축은행들이 적극적인 대출 확대에 나서지 못한 것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예금이 대출 재원이지만, 현재 대출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라 예금을 적극적으로 끌어올 유인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출 축소가 저축은행 수신액 감소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102조2204억 원이었던 저축은행업계 수신잔액은 올해 2월 100조5769억 원까지 감소했다. 추세적인 흐름을 반영하면 3~4월 수신잔액은 100조 원을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저축은행을 벗어난 자금은 금리가 조금 더 높은 새마을금고 등 다른 비은행업권으로 흘러갔다. 새마을금고의 수신잔액은 지난해 말 258조4372억 원에서 2월 말 260조4201억 원으로 늘었고, 상호금융권도 507조9768억 원에서 509조6458억 원으로 증가했다.
고객 이탈이 뚜렷해지자 저축은행들은 다시 예금 금리를 높이며 방어에 나섰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마다 내부 사정은 다르겠지만 전반적으로 대출 영업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존 고객을 지키고 신규 고객을 유치하려는 것이거나 유동성 확보 차원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