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창출 위한 미국 내 제조 강조
‘트럼프 무역 갈등 방패막이’ 해석도 나와
NYT “실제 실현은 미지수”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기업들에 자국 내 인프라 투자를 압박하는 가운데 IBM이 대규모 신규 투자를 발표한 빅테크 대열에 합류했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IBM은 “미국 경제 활성화와 컴퓨팅 분야 글로벌 리더로서의 역할 강화를 위해 향후 5년간 1500억 달러(약 216조 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IBM은 “새 투자 계획에는 메인프레임 컴퓨터와 양자컴퓨터의 미국 내 생산을 위해서만 총 300억 달러 이상의 투자가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그 이외 나머지 1200억 달러는 어디에 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IBM은 구글과 함께 현재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아빈드 크리슈나 IBM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성명에서 “우리는 114년 전 창립 이래로 미국의 일자리와 제조에 집중해왔다”면서 “이번 투자와 제조 약속을 통해 IBM이 세계에서 가장 앞선 컴퓨팅과 인공지능(AI) 역량의 중심지로 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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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기존 컴퓨터보다 수천 배 더 강력한 성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는 양자컴퓨터에 대한 투자를 강조했다. 크리슈나 CEO는 “우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양자컴퓨터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전 세계 기업에서 사용되는 메인프레임 서버 시스템이 뉴욕주에서 제조되고 있다. 양자컴퓨터도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설계·시스템 구축 ·조립하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IBM은 “양자컴퓨터는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기술 플랫폼 전환과 경제적 기회를 의미한다”면서 “이러한 솔루션을 구현하면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의 기본 원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경쟁력·일자리·국가 안보를 혁신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IBM의 이번 대규모 투자 계획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후 주요 IT 기업들이 잇따라 미국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발표하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오픈AI·소프트뱅크·오라클은 1월 백악관에서 “‘스타게이트’라는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고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투자에 앞으로 4년간 총 5000억 달러를 지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애플도 2월에 “향후 4년간 총 500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내 일자리 2만 개를 추가하겠다”고 공언했다. 엔비디아 역시 14일 “대만 TSMC 등 협력사들과 함께 미국 내 AI 슈퍼컴퓨터 공급망을 구축하고자 4년간 5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여러 애널리스트들이 이러한 투자 약속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유화 손짓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DA데이비슨의 길 루리아 애널리스트는 “IBM이 양자 기술이라는 신흥 분야에 계속 투자할 것이라고 믿지만, 이처럼 과장된 수치는 미국 행정부를 향한 제스처일 가능성이 더 크다”며 “빅테크 기업들이 이러한 투자 약속을 무역 갈등에 대한 방패막이로 활용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IBM을 비롯한 기술 대기업들의 공약이 실제로 실현될지는 아직 미지수”라면서 “트럼프 1기 행정부에도 기업의 투자 공약은 이어졌지만 실제로는 계획에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