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화폐·AI 등 이견…허영 “논의 길어지면 늦춰질 수도”
민주 “지역 화폐 증액해야”…국힘 “신속 처리 방해마라”

국회가 이번 주 정부가 내놓은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본격 심사에 돌입한다. 12조 2000억 원 규모의 추경안에는 영남지역 초대형 산불 사태와 미국발 관세 전쟁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이 담겼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시급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지역 화폐 등 세부내용을 두고 이견이 남아있는 만큼 심사가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28일과 29일 종합정책질의를 실시하고, 30일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서 감·증액을 심사한 후 내달 1일 전체회의에서 추경안을 심사·의결한다는 계획이다. 대선을 고려해 예결위 전체회의 후 바로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방안도 교감이 있는 상태다.
다만 변수는 존재한다. 특히 지역 화폐 예산 등을 두고 논의가 길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은 기획재정부가 추경안에 넣은 1조 4000억 원 규모의 상생 페이백 사업과 관련해 기존 온누리상품권 지급을 지역 화폐로 수정하거나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더해 지역 화폐 발행 지원 예산 자체를 1조 원가량 증액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예결특위 민주당 간사인 허영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예산조정소위에서 논의하는 과정이 길어질 수 있다”며 “합의 과정이 길어지면 (처리가) 내달 2일로 늦춰질 수 있다”고 밝혔다.
관련 뉴스
앞서 황명선 민주당 의원은 23일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상생 페이백은 온누리상품권 발행 예산으로만 사용되는 구조라 사용 범위가 제한적”이라며 “온누리상품권보다 사용 범위가 넓고 여러 지방정부에서 효과가 입증된 지역 화폐 발행 예산으로 바꾸거나 새로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24일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효과가 입증된 지역 화폐 발행 지원 예산을 최소 1조 원 편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재정 건전성 등을 이유로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과 국회 예결특위 국민의힘 간사인 구자근 의원은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재원 마련 방안 없이 무작정 추경예산 규모를 늘리자는 민주당의 무책임한 태도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며 “민주당이 또다시 거대 의석을 무기 삼아 막무가내식으로 추경 규모 확대와 지역사랑상품권 지원 예산을 요구하며 추경안 신속 처리를 방해한다면 국민들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 의원은 23일 기재위 회의에서도 “지역사랑상품권은 소상공인에게 고루 혜택이 가는 게 아니라 특정 군에만 혜택이 가게 돼 있다”며 “지역 상권별 양극화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 온누리상품권으로 대체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같은 당 신동욱 의원도 “민주당은 ‘기승 전 지역 화폐’만을 외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 밖에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인공지능(AI) 인프라 활용 등에 대한 예산안 심사에서도 엇갈리고 있다. 허영 의원은 “추경안에 담긴 AI 인프라 확충 관련 예산과는 별개로 그 인프라를 어떻게 활용해 산업 기반은 만들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에서는 현 추경안에 대한 신속한 처리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협상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