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특위 만들어 논의…26년 지선 또는 28년 총선서 국민투표”
金, 임기 단축 개헌으로 환영 뜻…“협약 체결해 문서로 확정하자”
조국혁신·진보·헌정회 “적극 환영”…국힘 “李, 말 바꾸기 안돼”

대선 본선 과정에서 자취를 감추는 듯했던 정치권의 개헌 논의에 다시 불이 붙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년 연임제’ 등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헌안을 전격적으로 제시하고, 경쟁자인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후보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진짜 대한민국의 새로운 헌법을 준비합시다’라는 제목의 개헌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는 “시대 흐름에 맞는 새로운 시스템과 더 촘촘한 민주주의 안전망으로서의 헌법을 구축할 때”라며 “역사와 가치가 바로 서고, 다양한 기본권이 보장되며 지방자치가 강화되고, 대통령의 권한이 적절히 분산된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5·18 민주화운동 정신 헌법 수록 △대통령 4년 연임제·결선투표제 도입 △감사원 국회 이관 △대통령 본인과 직계가족의 부정부패·범죄 관련 법안 거부권 제한 △비상명령 및 계엄 선포에 대한 국회 통제 권한 강화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수사기관 및 중립기관장 임명 시 국회 동의 필수 △검찰의 영장 청구권 독점 폐지 △지방자치권 보장을 위한 헌법기관 신설 등 크게 9가지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헌을 제안했다.
그는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자.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말씀드린 사항을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새로운 개헌을 완성하자”며 “(개헌)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에서, 늦어진다 해도 2028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국민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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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김 후보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환영의 뜻과 함께 자신의 개헌 구상을 밝혔다. 김 후보는 △이번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 △대통령 4년 중임 직선제 △대통령 불소추특권 완전 폐지 △대법관·헌법재판관 중립성·독립성 확보 △국회의원 불체포특권·면책특권 폐지, 국민입법제·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등 다섯가지를 중심으로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김 후보는 나아가 이 후보와의 개헌협약 체결을 제안했다. 그는 “이 후보가 개헌과 관련해 수차례 말바꾸기를 일삼아 왔으니 국민 앞에 아예 문서로 확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는 이 후보의 대통령 ‘연임제’ 개헌에 대해서도 “연임제 표현 속 장기집권의 여지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닌지 밝혀야 한다”며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같은 대선 후보들이 띄운 개헌 논의에 대해 구(舊) 야권 정당들은 환영 의사를 밝혔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은 “혁신당은 이미 24년 5월 17일 제7공화국 개헌안을 발표했다”며 “빠른 시일 안에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고 즉각 논의에 돌입해 2026년 지방선거 시 국민투표에 붙일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진보당도 홍성규 수석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개헌은 시대적 요구이자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라며 “이 후보의 제안을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대한민국헌정회도 “이 후보의 개헌안은 그동안 헌정회가 추진해 온 분권형 권력구조 개헌안과 맥을 같이하는 방안으로 높이 평가한다”며 “지난해 12·3 계엄사태로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국민 통합이 필요한 시대정신과도 부합되는 내용”이라고 했다. 앞서 헌정회는 16일 각 당 대선후보들의 10대 공약에 개헌이 빠진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개헌안에 대한 공식 입장을 요구한 바 있다.
한편 국민의힘 헌법개정특별위원회는 이 후보가 추후 입장을 바꿔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위는 성명을 통해 “(이 후보가) 오늘 갑자기 뒤늦은 4년 연임 개헌안을 제안했다. 지금은 개헌 약속을 해놓고 만일 당선되면 ‘진짜로 개헌하는 줄 알았냐’며 개헌 약속을 또 뒤집으려는 것 아닌가”라며 “TV토론을 앞두고 개헌 문제가 이슈가 될 것 같으니 급하게 발표해 임시변통으로 넘어가고 나중에 또 말 바꾸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특위는 “국가 지도자는 이중언어를 쓰면 안 된다. 오늘 뒤늦은 개헌 제안에서도 이렇게 은근슬쩍 넘어갈 것이 아니다”라며 “이 후보는 지금이라도 반복된 입장 번복에 대한 해명과 습관성 말 바꾸기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이중언어와 말장난으로 우리 국민을 속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