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퇴출 시 투자자 보호에도 차질
비사장주식 유통 대안 더 고민해야

최근 국내 대표적인 비상장 주식 시장에 대한 거래대금이 1년 전보다 6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내년부터 부실기업 상장폐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하면서 비상장 주식 거래를 맡은 한국 장외주식시장(K-OTC)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정작 시장 거래가 급감하고 있어 투자자 보호가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K-OTC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264억 원으로, 1년 전(584억 원)보다 54% 줄었다. 거래 종목 수도 1년 전 136개사에서 지난달 129개사로 감소했고, 시가총액도 18조 원대에서 14조 원대로 쪼그라들었다. K-OTC는 금투협이 운영하는 제도권 비상장 주식 거래 창구다.
비상장 투자 시장 자체도 아직은 온기가 덜 돌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비상장기업 투자 유치 금액은 약 1조216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절반 넘게 감소했다.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조달된 자금이 1분기 1조1032억 원으로 같은 기간 두 배(109.6%) 늘어난 것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코로나19 시기 활발했던 비상장 주식 시장은 최근 투자심리 위축, 일부 종목의 부정거래 이슈까지 겹치면서 시장 전반의 신뢰가 크게 흔들린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내년부터 부실기업이 적시에 퇴출당할 수 있도록 상장폐지 제도가 강화된다는 점이다. 현재는 기업이 상장 폐지되면 정리매매 기간(7거래일) 이후에는 주식을 거래할 수 없어 투자자 손실이 불가피하다. 금융당국은 상장사 퇴출 확대에 따른 투자자 피해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로 금융투자협회의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K-OTC를 활용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상장폐지기업부'를 신설하고, 이를 6개월간 운영한 뒤 평가를 거쳐 K-OTC로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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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재처럼 거래가 위축된 상황에서는 투자자 보호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금융당국이 강화된 상장폐지 요건을 기준으로 하면 지난해 기준 코스닥 시장에선 137개 상장사가 퇴출당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비상장 주식 시장이 대체로 회복될 것이라고 본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IPO는 비수기가 뚜렷하지만, 비상장 투자는 월별 변동성이 크지 않아 다양한 기회가 지속해서 생긴다"며 "정보 비대칭성을 극복하기 위해 기존 투자자 등을 통해 체계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정부도 비상장 주식 거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연구 중이다. 현재 혁신금융서비스(샌드박스 제도) 안에서 운영 중인 두나무의 '증권플러스 비상장', 서울거래의 '비상장' 등 플랫폼들은 올해 안으로 제도권 편입을 앞두고 있다.
다만 해외처럼 대체거래소 활성화 등 비상장 주식 거래에 대한 다양한 대안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해외에서는 장외주식시장이 활성화돼 있어 상장폐지가 투자자 피해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일본은 비상장 유가증권 유통을 위해 대체거래소(PTS)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애초 PTS는 까다로운 요건 등으로 비상장 주식 거래가 어려웠다. 하지만 거래 규모가 분기당 600억 엔 이하인 경우에는 인가를 받지 않고 등록만으로 PTS를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비상장 시장을 제대로 키우기 위해선 단순히 거래 창구만 열어주는 걸 넘어 투자자 신뢰를 되찾고 규제 장벽을 허무는 작업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부실 상장사를 털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후 투자자들이 믿고 거래할 든든한 두 번째 시장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