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수출까지 '흔들'...10개 주요 품목 중 9개 품목 모두 감소
국내외 주요 기관 성장률 전망 줄줄이 하향 조정...0%대 전망도

한국 경제에 경고등이 켜졌다. 내수부진 장기화에 트럼프발 관세 전쟁까지 더해져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대내외 주요 기관들은 일찌감치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1%대로 하향 조정했다. 일각에선 0%대 저성장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2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2월 준내구재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전월 대비 1.7% 감소했다. 비내구재의 소매판매액지수 역시 2.5% 줄었다. 준내구재는 의류, 신발, 소형가전 등 예상 사용 수명이 1년 내외인 품목을, 비내구재는 그보다 짧은 음식료품, 수도, 휘발유 등 일상 소비재를 의미한다. 준내구재·비내구재 소비는 지난해 12월 1.0%, 1.5% 각각 상승하며 회복 기미를 보였지만, 올해 1월 감소 전환한 뒤 두 달 연속 내림세다. 내수 부진 장기화에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등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해석된다.
믿었던 수출도 흔들리고 있다. 이달 1~20일까지 수출액은 339억 달러로 1년 전보다 5.2%(18억7000만 달러) 감소했다. 주요 10개 품목 중 승용차(-6.5%), 석유제품(-22.0%) 등 9개 품목 모두 감소했다. 증가세를 보인 건 반도체(10.7%)가 유일하다. 특히 한국의 양대 수출 시장인 중국과 미국으로의 수출이 동반 감소했다. 이 기간 대중 수출은 3.4%, 대미 수출은 14.3% 줄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무분별한 관세 부과 영향으로 수출이 위축됐다는 것이 관세청 설명이다.
물가도 불안하다.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9월부터 넉 달 연속 1%대를 기록하며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인 2%를 밑돌았다. 그러나 환율 급등과 트럼프발 관세 정책 등이 물가 상승 압력을 자극하면서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석 달 연속 2% 초반대를 이어가고 있다. 수입 물가가 통상 1∼3개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1400원대를 넘나드는 고환율이 올해 하반기 물가를 더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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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이런 상황을 반영해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1.0%로 대폭 낮췄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작년 4분기 성장률이 안 높았던 것과 미국 관세 영향 등 국내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경제성장률 전망치 1.0%는 코로나19 팬데믹이었던 2020년(-0.7%) 이후 가장 낮고,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0.8%)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이번에 IMF가 내놓은 세계경제전망에서 한국 경제 성장률은 주요 선진국 중에서 낙폭이 가장 크다. 심지어 신흥개도국을 포함해도 멕시코, 태국에 이어 세 번째로 하락 폭이 크다.
심지어 일각에선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까지 한다. 영국에 있는 경제 분석 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CE)는 최근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0%에서 0.9%로 하향 조정했다. CE는 "대선 이후 정치 안정에도 경제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금리 인하, 수출은 도움이 되겠지만, 정부 지출 둔화, 부동산, 소비 등으로 애초보다 낮은 성장세를 전망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