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룰을 공정하게 만들어 모두가 공정하게 하자고 얘기하는 게 보수 가치에 맞으며, 보수는 이 가치를 놓치고서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27일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자본시장을 통한 자산 형성 또는 증대 니즈(수요·needs)가 큰 국면에서 상법 개정은 국민의 먹고사는 이슈이자 안 할 수 없는 문제”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정권 초반 인수위원회 때부터 우리(보수 정부)가 준비한 것이 있으며, 이사의 충실 의무를 포함한 주주 보호 가치를 상법 등에 넣는 게 본질이었다”며 “보수 정부는 주주 보호에 대한 공감을 넘어 실제로 추진했고 지금은 (진보에) 뺏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009년 대법원의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사건은 20여 년간 자본시장을 지배해 온 충실 의무 축소 해석의 단초가 됐다”며 “이런 상황에서 추상적으로 설계된 배임죄가 유지되며 과도한 형사처벌 등의 부작용을 낳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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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원장은 “배임죄 적용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형사처벌 범위를 축소하는 문제 등을 정부 내에서 깊이 논의했으며 민주당이 낸 것보다 훨씬 더 세련되고 깔끔하게 만든 조문이 있다”면서도 “재계 반대가 너무 강했고 법을 지켜야 하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수긍한 상태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또 “상법을 개정 얘기하는 사람들은 엄청난 개혁주의자고 자본시장법을 얘기하는 사람들은 반개혁주의자처럼 돼 있는데 이는 주주 보호 원칙을 어떻게 넣을 수 있느냐의 문제”라며 “180석 야당이 ‘매운맛’ 버전을 해놓은 이상 정치적으로 타협이 안 되는 상황이”이라고 비판했다.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직을 걸고 막겠다’는 입장을 드러낸 데 대해서는 “한덕수 권한대행이나 최상목 부총리도 자신들이 상법 개정안을 처리할지 모르는 시점에서 맡게 된 것”이라며 “산업 거버넌스 구조에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법이라 권한 대행이 처리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충분히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했다.
금감원이 두 차례 정정 요구를 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를 두고는 “3조6000억 원은 단군 이래 최대 유상증자 규모인데 바로 직전에 1조 3000억 원을 다른 곳으로 보냈다”며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일부러 갓끈을 안 매야 하는데 가장 큰 나무에서 맸다면 왜 그랬냐고 물어볼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증권신고서 심사 기능 자체가 맞는 칼인진 모르겠지만 급하면 드라이버로라도 수박을 잘라먹자는 심정으로 한 것”이라며 “그럼에도 시장에서 수용이 된다면 변화 필요성에 대한 실제적 담론이 누적됐다고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야당 입당설’에 대해서는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며 “보수주의자이자 시장주의자라서 뭔가를 안 할 것 같지만, 하더라도 보수 영역에서 활동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정치를 할 것 같으면 솔직한 얘기로 작년에 출마했을 것”이라며 “정치는 공적 영역에서의 자기희생이 큰 분야고 그럴 만큼 마음에 단련이 돼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