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산 선박을 이용하는 해운사 등에 10월 부터 미국 입항 수수료를 부과한다. 국내 조선사가 수혜를 입을지 기대된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17일(현지시간) 중국 해운사, 중국산 선박을 운영하는 해운사, 외국에서 건조한 자동차 운반선 등에 미국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수수료는 180일 뒤인 10월 14일부터 단계적으로 부과된다.
USTR은 중국 기업이 운영하거나 소유한 선박에 순톤수(Net Tonnage·NT) 당 50달러의 입항 수수료를 징수한다. USTR은 수수료를 매년 올려 2028년에는 NT당 140달러가 되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이 아닌 나라의 기업이 운영하는 선박이라도 중국에서 건조하면 수수료 대상이 된다. 10월 14일부터 NT 당 18달러를 내야 한다. 수수료는 매년 늘어 2028년에는 NT 당 33달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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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건조한 자동차 운반선은 10월 14일부터 CEU(1CEU는 차 1대를 운반할 수 있는 공간 단위)당 150달러를 내며 단계적 인상 계획은 없다. 비중국 해운사는 미국산 선박을 주문해 인도 받는 경우, 미국산 선박보다 작거나 규모가 같은 외국산 선박에 대해 수수료를 최대 3년 유예 받을 수 있다.
USTR은 또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미국 건조를 장려하기 위해 3년 뒤부터 미국에서 수출하는 LNG 물량의 일부를 미국산 LNG 운반선으로 운송하도록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미국 해양 지배력 회복' 이라는 제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당시 행정명령 문서에 최종 수수료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17일까지 USTR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제안을 확정하라고 지시했고, 결국 이날 최종안이 나왔다.
이번 조치는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산 선박 건조를 장려하기 위해서다. USTR은 2024년 4월 미국 5개 노동조합의 청원으로 중국의 해양·물류·조선 산업에 대한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해 지난 1월 중국이 이들 산업을 지배하려고 불공정하게 경쟁해 미국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업계에서는 USTR의 조치가 시행되면 중국과 경쟁하는 한국 조선업체가 혜택을 입을 것으로 예상해왔다. 해운사들이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선박을 많이 이용했지만 앞으로는 미국 입항 수수료 부담 때문에 한국에 선박을 주문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중국 조선업은 그동안 공격적인 저가 수주를 통해 글로벌 점유율을 높여왔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많은 선사들이 원자재와 인건비 등에서 저렴한 중국 선박을 찾았다"며 "그러나 미국 정부의 입항수수료 정책을 신호탄으로 국내 조선사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관계자는 "3년 유예 조건이 있지만 중국으로 가는 신조 발주 물량이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일본의 반사이익이 기대된다"면서도 "미국산 선박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게 나오지 않아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 현지에서 협력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