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치적 필요한 트럼프, 수개월 내 관세협상 담판”
8일 국내 증시가 ‘검은월요일(블랙먼데이)’의 폭락을 일부 만회했다. 향후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따라 증시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03포인트(0.26%) 오른 2334.23에 거래를 마쳤다. 2.28% 뛴 2381.20으로 장을 열었다가 반등 폭을 낮춰 강보합 마감했다. 2.26% 오른 666.01로 출발한 코스닥 지수는 1.10% 상승한 658.45를 기록했다.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발표하자 반도체 종목 전반이 상승세를 탔다. 정규 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3.94%까지 뛰었다가 0.56% 오른 5만3500원에 마감했다. SK하이닉스(2.85%), 이수페타시스(5.58%), 디아이(2.80%), 테크윙(2.14%) 등도 일제히 올랐다.
이날 삼성전자는 1분기 영업이익이 6조 60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79조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9.8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0.15% 줄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 1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77조2208억 원, 영업이익 5조1148억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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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스마트폰 판매 호조와 D램 출하량 선방이 호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갤럭시S25는 1분기 1350만 대에 가까운 출하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거시경제 불확실성에 기반한 주가 부진 속 기대 이상 실적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나스닥 지수가 반등 마감하는 데 성공한 점도 투매를 진정시키는 데 역할을 했다. 7일(현지시간)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0.91%, S&P500 지수는 0.23% 내렸지만 나스닥은 0.10% 상승했다.
다만 외국인이 거센 ‘팔자’를 이어가는 점은 부담이다. 외국인은 전날과 이날에 걸쳐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7459억 원어치를 팔았다. 특히 삼성전자의 호실적에도 이날에만 2204억 원어치를 매도하며 위험회피 심리가 여전함을 보여줬다. 현대차(-588억 원), NAVER(-506억 원), 삼성바이오로직스(-499억 원), LG에너지솔루션(-376억 원) 등 주도주 매물도 대거 내놨다.
이제 시장은 한국과 미국 정부 간 관세 협상 시점과 내용에 주목하고 있다. 이날 미국 워싱턴D.C.로 향한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8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등을 만나 상호관세 인하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증권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책 동력을 잃지 않기 위해 관세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다운 LS증권 연구원은 “중간선거 주요 결정 변수는 경기와 대통령 지지율 등”이라며 “관세가 미국 경기를 악화시키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도 협상하거나 내세울 치적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협상은 향후 수개월이 중요하며 특히 중국의 참여가 관건”이라며 “협상에 임하는 미국의 목표 수준이 무역수지 조정이면 단기간에 타결될 수 있겠지만, 최종 협상 타결 직전 동맹에 환율과 관련해 요구할 가능성은 변수”라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