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출총제 부활·순환출자 금지"…기업하기 힘든 나라로

입력 2012-04-10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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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외치지만 실제론 대기업 옥죄기…경제공약 현실화되면 투자위축·일자리 감소 악순환

요즘 대기업들이 정치권을 바라보는 눈초리가 싸늘하다. 4.11 국회의원 총선거를 신호탄으로 정치권에서 기업들의 경영전선에 일대 변화를 몰고 올 공약들이 쏟아냈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혁 요구는 기업의 심장부를 향하고 있다. 하지만 개혁안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또 대기업들이 지배구조 개혁에 힘을 쏟게 되면 경영위축은 물론 투자가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이번 4.11 총선이 재계에 미칠 후폭풍이 어느 때보다 거셀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국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국내 절반 이상의 기업들이 올해 선거가 예년 선거보다 경제에 ‘더 부정적’이라는 답변이 56.2%로 ‘더 긍정적’(31.5%)이란 응답을 크게 앞질렀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총선, 대선 등 전국 선거가 한해에 두번이나 치러지면서 선거에 대한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더 큰 것이다.

▲4.11국회의원 선거를 신호탄으로 정치권에서 기업들의 경영전선에 일대 변화를 몰고 올 경제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사진은 이용섭 민주통합당 정책위의장이 총선 공약·정책점검회의에서 '재벌 개혁'을 골자로 한 4.11 총선 경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특히 각 당들의 대기업 정책이 틀을 잡은 총선 이후부터 정치권 대기업 정책의 영향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총선에 이어 대선까지 대기업 개혁 이슈가 확대된다고 봤을 대 공약 실현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 경제가 발전하기 위한 합리적인 방안 제시가 아니라 논의가 정서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선거 때만 되면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는 전략이 구사되고는 했지만 이번에는 여야 구분 없이 경제민주화와 대기업 규제를 외치고 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정치권 대기업 공약을 보면 공통적으로 경제민주화를 기치로 내걸었지만 기업 지배 구조 개선에서는 큰 차이가 있다. 새누리당은 출자총액제한제 부활과 순환출자 규제를 일단 총선공약에서 빼 경제력 집중 완화를 위한 방안은 따로 내놓고 있지 않았다. 대신 대기업의 탈법·불법 행위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것에 맞춰져 있다. 새누리당의 경제정책은 불공정거래 근절에 무게를 둔 것이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대기업 지배구조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 우선 모기업이 자회사에 지분을 투자할 수 있는 비율 한도를 정하는 출총제를 재도입하기로 했다. 적용 대상은 10대 대기업, 출자한도는 순자산 대비 30%이다. 순자산의 30%가 넘는 현재 지분 출자분에 대해서는 3년 이내에 해소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뒀다.

민주당은 또 3년간의 유예기간을 주고 대기업 계열사 간 순환출자를 전면금지하고 지주회사의 부채비율 허용 기준을 현행 200%에서 100%로 낮추는 등 지주사 구성 요건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민주당에서 대기업지배구조 개혁안으로 제기된 안이 실현될 경우 실익은 없고 투자만 위축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기업의 문어발 확장을 막기 위해 출총제가 도입되면 세계경지 침체로 가뜩이나 절실한 신규투자에 위축이 불가피해 진다. 과거 출총제 도입의 의도는 좋았으나 각종 예외조항이 만들어 유명무실해진 것도 이 같은 현실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 출총제가 국내 투자에만 적용되고 해외 투자에는 적용되지 않아 국내 투자를 위축시키고 대기업의 해외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전망이다. 대기업 투자가 줄면 결국 그 여파는 납품관계를 맺고 있는 중소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결국 현재 논의되고 있는 출총제를 전문가들이 ‘다람쥐 쳇바퀴 돌기’라고 비판하는 것은 이 같은 이유다.

순환출자 금지 공약은 대기업들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하지만 소수의 지분으로 경영자 오너들이 여러 계열사를 거느릴 수 있는 순환출자 구조를 폐지하고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데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순환출자 구조가 가장 복잡한 것으로 알려진 현대차는 순환출자를 풀려면 세금만 2조원 이상 들어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순환출자를 금지했으면 지주회사 설립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지주회사 부채비율 한도를 현행 200%에서 100%로 낮춰 강화한 것은 맹목적인 재벌개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또 정치권의 요구에 따라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한 SK는 일반 지주회사도 금융 자회사를 보유할 수 있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중이자 오히려 과징금 51억원을 부과 받고 SK증권을 강제매각해야 해야 한다. 상당수 대기업들이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보유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SK와 같은 처지에 놓일 것을 우려하고 있다.

무조건적인 재벌 지배구조 개혁만 외칠 것이 아니라 한국경제 고조의 여건을 감안해 당근책을 제시하는 정치권의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는 반론이 나오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심지어 세계경제의 위기 속에서 투자와 고용을 늘려보려는 대기업들이 이를 망설이는 조짐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30대 그룹은 지난해보다 투자는 12.3% 늘어난 151조원, 고용은 2.2% 늘어난 12만3000명을 신규채용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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