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저축은행 간 연계도
"손보사 등 외연 확장 계획"

교보생명이 저축은행업에 전격 진출하며 금융지주사 전환에 시동을 걸었다.
교보생명은 28일 이사회를 열어 SBI홀딩스로부터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를 내년 10월까지 단계적으로 인수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인수 금액은 약 9000억 원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풋옵션 분쟁이 사실상 일단락되면서 금융지주 전환 작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며 "저축은행업 진출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손해보험사 인수 등 비보험 금융사업으로의 외연 확장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교보생명은 3월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과의 풋옵션(특정 가격으로 장래에 주식을 팔 권리) 분쟁을 7년 만에 해소하며 지주회사 전환의 가장 큰 암초를 걷어낸 바 있다.
SBI저축은행은 2024년 말 기준 총자산 14조289억 원, 자본총계 1조8995억 원, 거래 고객 172만 명을 보유한 업계 1위 저축은행이다. 2021년 3495억 원, 2022년 3284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경기 침체에도 2023년 891억 원, 2024년 808억 원의 순이익을 거두기도 했다. SBI저축은행의 최대주주는 일본 종합투자금융그룹 SBI홀딩스로 현재 자사주 14.77%를 제외한 85.2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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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은 저축은행 운영 경험이 없는 점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지분을 취득할 방침이다. 우선 금융당국의 대주주 승인을 받은 뒤 하반기 중 30%(의결권 기준 35.2%)를 확보하고 금융지주 전환 완료 시점에 맞춰 2026년 10월까지 나머지 지분(의결권 기준 58.7%)을 인수할 계획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2027년부터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상당 기간 현 경영진과 공동경영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며 "1등 저축은행을 만들어온 기존 경영진을 교체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교보생명은 기존 보험사업과 저축은행 간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보험 계약자들에게 저축은행 서비스를 연계하고, 저축은행 이용자들에게 보험 상품을 제공하는 맞춤형 금융 솔루션을 확대해 고객 기반을 넓힐 방침이다.
디지털 금융 부문에서도 고객 접점이 늘어날 전망이다. 교보생명 애플리케이션(앱)과 SBI저축은행 사이다뱅크 앱을 합쳐 약 370만 명의 금융 고객을 확보하게 되면서 보험에 익숙지 않은 MZ세대 고객층 유입도 기대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SBI저축은행 계좌를 보험금 지급 계좌로 활용하고 보험사 대출 거절 고객을 저축은행 대출로 연계하는 방식으로 가계여신을 1조6000억 원 이상 늘릴 계획이다. SBI저축은행 예금을 교보생명의 퇴직연금 운용 상품으로 활용하는 등 금융 시너지도 극대화할 방침이다.
교보생명과 SBI그룹은 2007년부터 전략적 협력관계를 이어오며 다양한 금융 분야에서 협업해왔다. 최근에는 디지털 금융 협력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SBI홀딩스는 사모펀드 어피니티가 갖고 있던 교보생명 지분 9.05%를 인수한데 이어 교보생명의 재무적투자자(FI)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 보유 지분율을 2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양 사는 이번 거래를 계기로 단순한 투자 관계를 넘어 미래 금융시장 변화를 공동 대응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할 계획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디지털 금융 시대에는 보험과 저축은행의 경계를 허무는 고객 맞춤형 금융 서비스가 중요하다"며 "SBI저축은행과의 협력을 통해 금융지주 전환에 속도를 내고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SBI그룹 관계자는 "교보생명과의 오랜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향후 다양한 금융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