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밀어내기 수출 대응 시급해
획기적 규제혁파…기업투자 촉진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 베트남 46%, 중국 34%, 인도 26%, 한국 25%, 일본 24%, 유럽연합(EU) 20%, 영국 10% 등 각국의 상호관세율을 공개했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1970년대 들어 적자 전환한 뒤 해마다 증가해 2024년에는 역대 최대치인 9184억 달러를 기록했다. 국별로 보면 중국(2954억 달러), EU(2356억 달러), 멕시코(1718억 달러), 베트남(1235억 달러), 아일랜드(867억 달러), 독일(848억 달러), 대만(739억 달러), 일본(685억 달러), 한국(660억 달러), 태국(418억 달러) 순이다.
앞서 무역대표부(USTR)는 ‘국별 무역장벽보고서(NTE)’를 발표하면서 한국에 대해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금지 △국방분야에서의 절충 교역 △온라인 플랫폼법 등 디지털 무역 장벽 △수입차 배출가스 규제 문제 △미국산 쌀 고율관세 부과 등 다양한 비관세 장벽을 지적했다. 상당부분 적극적인 통상외교로 설득과 이해가 가능한 부분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고율관세 부과로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22% 수준으로 급증해 1933년 평균 20%였던 스무트 홀리 관세법보다 높아 1909년 2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 결과 단기적으로는 관세 회피를 위한 미국으로의 공장 이전 등 미국의 성장률이 높아질 수도 있겠지만미국의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으로 연준의 금리인하에 제동이 걸리고 강달러 현상이 나타나면서 미국의 수출과 성장을 제약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글로벌 경제 전체가 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보호무역은 지속이 불가능하다. 국제금융 면에서는 미국의 달러가 국제금융시장에 적게 공급되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부족해지는 ‘트리핀의 딜레마’가 대두될 가능성도 있다. 역사적으로 첫 번째 세계화 시대(1870~1914)에는 세계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 비중이 1870년 10%에서 1914년 22%로 증가해 세계경제가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 세계화의 후퇴기(1914~1929)에는 세계 GDP 대비 무역 비중이 16%로 줄어들어 마침내 1929년 대공황 발생의 원인이 되었다. 1939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해 세계화의 후퇴는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다.
이를 교훈으로 전후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orld Bank·1944), 관세무역일반협정(GATT·1947) 세계무역기구(WTO·1973)를 창설해 무역과 자본이동이 다시 증가하면서 세계 1인당 소득도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이번 미국의 고율 관세정책으로 전후 지속되어 온 자유무역시대는 종언을 고할 전망이다.
미국 관세폭탄으로 올해 한국의 전체 수출이 10~15%가량 줄어들고,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p)가량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영국 캐피털이코노믹스와 JP모건에서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9%로 하향 조정했다.
새로운 무역시대를 맞아 무역으로 먹고사는 한국은 새로운 통상전략은 물론 정책과 구조의 대전환이 절실하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1일 ‘경제안보전략태스크포스(TF)’ 회의를 개최하고 정부의 산업 지원책은 물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 규제 완화·개편에도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말로만 그쳐서는 안된다.
현대차의 31조 원 미국 추가 투자 등 한국기업의 대미투자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한국의 일자리가 문제다. 미국투자 증가에 발맞추어 한국 부품소재 산업에 낙수효과가 있도록 세밀한 대미 통상전략과 설득이 필요하다. 미국의 에너지 천연가스 무기 수입과 미국 군함의 한국 유지보수는 물론 주한미군 분담금 등을 연계한 패키지딜 등 대미 통상정책을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한중 자유무역협정 재검토, 세이프가드 조항 적용 검토 등 한국 중소기업 고사를 초래하고 있는 중국의 밀어내기 수출에 대응한 대중 무역대책이 필요하다. 동남아시아 등 새로운 시장개척도 중요하다.
경제구조를 완전히 재설계한다는 신념으로 획기적인 규제혁파를 단행해야 한다. 당장 반도체 주 52시간 근무 유연성을 제고하고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투자를 옥죄는 악법들을 개정해야 한다. 기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법인세·상속세도 인하하고, 강성노조의 파업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노동개혁도 단행해야 한다. 고대역폭메모리(HBM)처럼 관세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수입하지 않을 수 없는 혁신적 상품의 개발이 중요하다. 금융 등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규제혁파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통과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