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의 그늘’ 일본 노인들, 장롱 속 다이아몬드 팔아 생계...세계 중고 보석 시장엔 활기

입력 2015-06-25 17:27 수정 2015-06-2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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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 노인들이 장롱 속에서 잠자는 다이아몬드를 팔아 생계에 보태고 있다. 이 현상이 세계 중고 보석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일본에선 거품기였던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여성들 사이에서 다이아몬드가 부의 상징으로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1990년대 초 버블 붕괴와 2008년 금융위기로 퇴직자가 늘어나면서 거품기에 고가에 구입한 다이아몬드를 중고시장에 되파는 고령자가 급격히 늘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는 엔화 약세와 신흥국의 왕성한 수요에 힘 입어 국경을 넘어 이동하고 있다.

일본 총무성 통계국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이 일본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3년에 25%로 1990년의 12.1%에서 급상승했다. 일본 리주얼리협의회의 고무라 히데조 전무는 “중고품 판매 증가의 배경에는 불필요한 것은 버리고 단촐한 생활을 선호하는 사고방식이 노인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세상을 떠나기 전에 상속을 준비하려는 태도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한 60대 주부는 “갖고 있던 2캐럿짜리 다이아몬드를 도쿄 신쥬쿠의 한 중고 보석상에서 팔았다”며 “판매가격은 30년 전에 샀을 때보다 낮지만 다이아몬드를 팔아 그 돈으로 여행하거나 외식을 하고 싶었다”고 통신에 말했다.

고무라 전무에 따르면 의류를 포함한 재활용 시장 규모는 2009년 이후 매년 약 10% 확대해 1조5000억 엔에 달한다. 버블기에 너도나도 다이아몬드를 구입했으나 장롱 속에만 놔두기가 아까워 파는 사람이 대다수이고, 심지어 고인이 된 조부모의 유품 중 많은 양의 다이아몬드가 나와 파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 때문에 중고 보석상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일본 경찰청 통계에선 중고 보석상 영업허가 건수는 2013년에는 2004년에 비해 23% 증가해 74만1045건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대표 중고 보석상인 고메효의 체인점 수는 10년 전 5개에서 현재는 24개로 늘었다.

이렇게 시장에 유통된 중고 다이아몬드는 엔화 약세에 힘입어 중국 등 아시아 지역으로 수출되고 있다. 일본의 거품기에 유통된 다이아몬드는 특히 품질이 우수해 인기가 높다.

일본 재무부의 무역 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1~4월 다이아몬드 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77% 증가한 3만8032캐럿이었다. 1~4월 기준으로는 2007년 이후 최고치다. 수출액은 2배 이상 증가한 30억1000만 엔으로 확인이 가능한 1988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수출국 비중을 보면 인도와 홍콩이 각각 30% 이상을 차지했다. 특히 중국 시장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다이아몬드 판매업체인 드비어스는 중국의 다이아몬드 시장은 미국에 이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2008년 금융 위기 이전엔 2위 다이아몬드 시장이었으나 현재는 미국과 중국, 인도에 이어 4위에 머물고 있다.

샌포드 C 번스타인의 폴 게이트 애널리스트는 지난 4월 보고서에서 “중국 다이아몬드 수요 대부분은 중산층의 대두에 따른 것”이라며 “중국의 다이아몬드 시장은 다이아몬드 수요 증가 전체의 큰 견인차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과 같이 중산층이 대두되고 있는 인도에선 일본의 중고 다이아몬드 유통량이 늘면서 다이아몬드 재가공 시장이 활성화하고 있다. 인도의 중고 다이아몬드 바이어인 바이바브 반다리 씨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매달 네 차례 일본에서 열리는 다이아몬드 경매에 참가, 거기서 구입한 중고 다이아몬드를 인도 뭄바이와 홍콩의 도소매 업체에 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에서 산 중고 다이아몬드는 인도에서 새 것을 사는 것보다 15% 저렴하다며 엔화 약세에 따라 일본 다이아몬드를 사기가 훨씬 수월해졌다고 설명했다.

반다리 씨 같은 인도의 중고 다이아몬드 바이어들은 모국에서 재가공해 중국 두바이 미국 등의 시장으로 수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의 다이아몬드 가공기술은 30년 전에 비해 크게 발전했다며 컴퓨터 설계 시스템(CAD) 등 정보기술(IT), 장인 정신 발달로 고도의 가공이 가능한 것은 물론 재가공한 다이아몬드는 가격도 더 높아진다고 전했다.

한편 일본 리주얼리협회에 따르면 1965~2013년에 일본에 수입된 다이아몬드는 총 8700만 캐럿에 달한다. 이는 아직 장롱에서 잠자는 다이아몬드가 상당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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