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키워드로 ‘골든타임’을 골랐습니다. 진작부터 이 단어에 심드렁했는지라 한 번은 이걸 놓고 글을 쓸 생각이었으나, 타이밍을 잡지 못하다가 연말 칼럼으로 이게 제격이다 싶었습니다. 결론을 미리 말씀드리면, 정유년 새해에는 이 말을 안 들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왜냐? 너무나 자주 쓰인 탓에 값어치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이 단어는 지난 몇 해...
우리 대통령과 최순실은 국회의 탄핵소추 내용과 검찰의 공소내용을 전부 부인했다. 한 인물이 같은 사안에 대해 수치심을 보이다가 후안무치로 돌아섰다. 세 번의 대국민 담화에서 자기가 한 짓을 부끄럽고 창피해하며 수치스러워하던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 보낸 답변서에서는 “모든 범죄는 최순실 개인 비리이고 나는 몰랐다. 최씨의 1심결과를 본 뒤에 탄핵 여부를...
영국 어딘가에 살고 있던 걸리버의 후손이 조상의 업적을 기릴 겸 세계 여행을 떠나 그 기록을 남겼다고 한다. 1700년대 초반 여행을 떠났던 선조가 동양이라고는 일본밖에 가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던 듯 한국을 첫 여행지로 삼았다는데, 운이 좋아 그 여행기 초록(抄錄)이라는 걸 볼 수 있었다. (그의 선조 걸리버가 갔던 곳은 작은 사람들의 나라인 릴리퍼트, 큰 사람들의...
‘반지의 제왕’에 버금가는 환상소설 ‘나니아 연대기’를 쓴 영국 작가 C.S. 루이스(1898~1963)는 ‘순전한 기독교’ ‘공포의 문제’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등 대중을 위한 기독교 사상서도 많이 썼다. 이 중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는 악마학교 교장이었던 ‘스크루테이프(Screwtape)’가 영국에 파견된 제자 악마 ‘웜우드(Wormwood)’에게 젊은 지식인을 무신론자로...
오늘은 아는 척을 꽤 할 것 같습니다. 이 말을 왜 하냐면, ‘긍정적 자세’ 혹은 ‘낙관적 태도’에 관해 쓰려는데, 이런 걸 정말 많이 아시는 분들이 저를 유치, 미숙하다고 하실 것 같아 미리 한 자락 깔아놓은 거지요.
심리학 용어로 ‘폴리애나 효과’라는 게 있다는군요. 1909년에 엘리너 포터라는 작가가 쓴 동화의 주인공 소녀인 폴리애나는 고아인데도 항상...
대통령과 최순실 무리에 질리신 분들, 거짓말 같은 사실과, 사실 같은 거짓말이 넘치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에 이제는 짜증을 참지 못하시는 분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TV 코미디나 토크쇼에 출연해 시청자들을 웃긴 개그 몇 개를 알려드릴게요. 이미 보도된 것들이지만 그냥 한 번 더 웃을 만은 합니다.
오바마가 코미디언 제리 사인펠드를 대통령 리무진에...
금수저 은수저가 부러웠던 사람들, 최순실·차은택 무리의 농단을 지켜보면서 금수저 은수저보다도 높은 게 있음을 실감했겠다. ‘황금빨대’다. 그들은 이 빨대를 사회 곳곳에 깊숙이 꽂고 돈과 권력을 마음껏 빨았다. 이들이 빨대를 들이대면 삼성, 현대, SK, LG, 롯데, 한진, 한화, 포스코, CJ 등등 대한민국 최상위 초특급 금수저, 아니 다이아몬드 수저들도 꼼짝...
여행 작가로 이름 높은 빌 브라이슨(Bill Bryson, 1951~ )은 살인을 자주 한다. 여행 중 만난 미운 짓을 하는 사람에 대한 응징이다. 물론 마음속에서만 하는 처벌이다.
2003년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시작으로 우리나라에서 19권이나 소개된 그의 책 중 가장 최근 번역된 것은 7월에 나온 ‘발칙한 영국 산책 2(21세기북스, 박여진 옮김)’이다. 이 책에서도 최소한 한 사람을...
1900년에 나온 프랭크 바움의 원작 소설보다 1939년 제작된 뮤지컬 영화가 훨씬 더 유명한, 많은 미국 영화비평가들이 ‘100대 명화’에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에서 최대 반전은 무소불위의 ‘마법사’가 사실은 힘없고 볼품없는 노인으로 드러났을 때였다. ‘최순실 게이트’를 따라가면서 기시감(旣視感)이 생겨난 건 바로 그 장면...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다시 회자되네요. ‘상류층의 책임의식. 상류층의 자기희생’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는 말과 함께 등장하지요. ‘나라가 위기’라는 말과 함께 말입니다. 틀린 건 아니지요. 상류층이 상류층이 된 건 자신들의 노력 덕분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머리 좋고 노력 많이 했다 한들 주변 도움이 없었다면 상류층이 될 수 없었을...
스웨덴의 ‘스피드 로또’라는 제도를 아시는지? 속도제한을 어긴 자동차 운전자들이 낸 범칙금을 모아 제한속도를 지킨 운전자 가운데 한 명을 뽑아 상금으로 주는 제도다. 속도를 지키는 사람이 많아졌고 교통사고도 줄었단다.
이 이야기는 jtbc의 ‘비정상회담’에서 들었다. 우리말 잘하는 외국 젊은이 10여 명이 한 주제를 놓고 자기네 나라 사람들은 ‘이렇게...
‘조와(弔蛙)’는 ‘개구리의 죽음을 조문하다’이다. 뛰어난 기독교 사상가였던 김교신 선생(1901~1944)의 글 제목이기도 하다. 김 선생은 자신이 편집, 배포했던 ‘성서연구’ 158호(1942년 3월 발행)에 “지난해 늦가을 기도하러 간 곳 부근의 연못에 개구리가 여러 마리 있는 것을 보았는데 올봄에 다시 가 보니 녹은 얼음 사이에 몇 마리 시체만 둥둥 떠 있었다”고 썼다가...
내 속, 사랑이 메말랐나. 이중섭 전시회에서 ‘사랑과 그리움’에 흠뻑 젖었다.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였다. 그는 1916년에 태어나 만 40년을 살고 1956년 세상을 떠났다. 그림과 사진 등 수백 점 전시품 가운데 나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보낸 그의 편지 앞에 가장 오래 머물렀다. 그의 일생을 기록한 평전과 편지모음집들을 읽으며 느꼈던 그의 아내 사랑, 자식...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설왕설래를 몇 해 전 KBS 개그콘서트(개콘)의 인기 코너였던 ‘비상대책회의’ 식으로 패러디해 보고 싶어졌다. 심각한 사안인데도 발뺌과 설명(변명)이 너무 웃기고, 웃기지만 (의혹들이) 너무 심각한 사안이어서.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지금은 비상시국이라고 했으니까.
테러, 인질, 납치, 유괴 등 대형 사건·사고의 해결을 위해 열린...
북한의 5차 핵실험과 계속되는 그 여진이 미국 베스트셀러 작가 톰 클랜시(Tom Clansy, 1947~2013)의 한 소설을 생각하게 했다. 아니, 북한의 핵이 이번 실험으로 피부에 닿는 위협이 됐음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無力感)이 오래전에 읽어 제목은 잊어먹고 줄거리만 가물가물한 이 소설을 다시 뇌리에 떠올리게 했다.
일본이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 미국과...
두 가지 게임에 깊이 꽂혔다. 하나는 ‘젠가(Jenga)’이고 다른 하나는 ‘귓속말 잇기’이다. 모든 게임이 삶을 베낀 것이라면, 오늘날 우리 현실을 가장 근접하게 담고 있는 게임이 이 두 가지가 아닐까 생각한 지 여러 날 됐다.
‘젠가’는 직육면체 나무 블록 54개를 한 층에 3개씩, 18층으로 쌓은 탑에서 게임 참가자가 돌아가면서 블록을 하나씩 빼서 맨 위에 다시 얹다가...
‘사회의 거울’에 이렇게 큰 얼룩이 있는지 몰랐다. ‘사회의 목탁’에 이렇게 큰 금이 갔는지 몰랐다. 여태는 사회가 더러워 거울에 비친 ‘상(像)’이 더러운 줄 알았다. 여태는 사회가 시끄러워 목탁 소리가 덜 울린 줄 알았다.
그게 아니었다. 거울에 얼룩이 있는 것도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나 크고 더러운 줄은 몰랐다. 목탁에 금이 났어도 잔금인 줄 알았지...
지독한 이 여름, ‘이 또한 지나가리’가 입에 붙었다. 나 말고 다른 이 여럿도 그랬으리라. ‘태양이 아무리 이글거리고 지글거려도 북위 23.5도에서 적도(赤道) 가까이 내려가면, 땅은 식고 폭염은 산들바람으로 바뀌리라’며 무더위를 어찌할 수 없이 견뎌내고 있을 것이리라.
그런데, 지나가기는 지나갈 텐데, 너무 오래 걸린다. 진이 빠진다. 요 며칠 사이 새벽엔...
리우데자네이루 이파네마 해변 사진 한 장에 머문 내 시선.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남자 양궁 대표 선수 세 명이 해변 모래밭에서 하늘 높이 뛰어올라 환호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사진의 제목은 ‘남자 양궁 단체팀 유명 휴양지 이파네마 해변 구경’. 이파네마 해변은 ‘보사 노바(Bosa Nova) 스타일’의 음악으로, 1962년 발표된 이후 50년이 넘도록 전 세계에서...
리우올림픽 개회식 중계를 보다가 브라질에 또 가고 싶어졌다. 브라질에 가 본 적은 없다. 가 보고 싶은 생각이 다시 들었다는 말이다. 쉬 이뤄질 것 같지 않은 브라질에 대한 동경은 몇 권의 책을 다시 훑어보게 했고, 몇 편의 영화와 뮤직비디오의 제목을 검색하게끔 부추겼다.
첫 번째는 미국 소설가 존 그리샴의 소설 ‘유언장(Testament)’이다. 악행으로 거만금을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