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키워드] 폴리애나 효과 Pollyana Effect-우리는 위기 극복의 유경험자들이다

입력 2016-12-0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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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코스카저널 논설주간

오늘은 아는 척을 꽤 할 것 같습니다. 이 말을 왜 하냐면, ‘긍정적 자세’ 혹은 ‘낙관적 태도’에 관해 쓰려는데, 이런 걸 정말 많이 아시는 분들이 저를 유치, 미숙하다고 하실 것 같아 미리 한 자락 깔아놓은 거지요.

심리학 용어로 ‘폴리애나 효과’라는 게 있다는군요. 1909년에 엘리너 포터라는 작가가 쓴 동화의 주인공 소녀인 폴리애나는 고아인데도 항상 사람과 사물의 밝은 측면만 보았다고 합니다. 거기서 나온 말인데, ‘폴리애나 같은(Pollyanna-ish)’이라고 하면 ‘순진하거나 바보 같은 낙관주의’를 가리키지만, ‘폴리애나 효과’는 ‘낙관주의를 향한 인간의 경향성’을 표현하는 용어랍니다.

식당 평가-레스토랑 리뷰를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폴리애나처럼 세상을 밝게 보는 사람이 더 많다는 걸 입증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댄 주래프스키라는 미국 언어학자가 쓴 ‘음식의 언어(어크로스, 김병화 역)’에 나오는데, 몇몇의 학자들이 흔히 맛과 서비스, 분위기 등에 대해 ‘매우 나쁘다(1점)’ ‘나쁘다(2점)’ ‘그저 그렇다(3점)’ ‘좋다(4점)’ ‘매우 좋다(5점)’ 중 하나를 고르는 식으로 진행되는 레스토랑 리뷰들을 분석한 결과, ‘그저 그렇다’가 가장 많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좋다’를 고른 사람이 가장 많았다고 합니다. 이들은 이를 근거로 ‘인간은 삶을 그저 그런 것이 아니라 긍정적, 낙관적으로 보는 존재’라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식당은 물론 기업들의 서비스와 제품에 대한 리뷰는 수시로 실시됩니다. 수년간 자료를 모으면 수백만 건입니다. 이 방대한 자료를 분석한 통계의 신뢰도는 매우 높습니다. 연구자들은 내친김에 영화와 카메라 등 공산품에 대한 소비자 평가도 조사했는데, 이 또한 비슷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처음 본 물건에 대한 첫인상은 ‘좋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단어 사용 빈도’도 인간 본성이 긍정적임을 알려준다고 합니다. 리뷰에 긍정적인 단어가 부정적 단어보다 더 자주 등장한다는 게 이 주장의 근거입니다. 즉, 레스토랑 리뷰에는 ‘대단한’·‘맛있는’·‘놀라운’과 같은 단어가 ‘평범한’·‘나쁜’·‘끔찍한’과 같은 단어보다 3~10배나 더 자주 쓰이고 있다는 거지요. 구글에서도 부정적인 단어보다 긍정적인 단어가 더 자주 쓰였습니다. ‘good’이 ‘bad’보다, ‘happy’가 ‘sad’보다 더 자주 쓰였습니다. 중국어나 스페인어에서도 마찬가지 경향이었습니다.

▲2015년 11월 ‘진보’를 주제로 열린 멍크토론회. 왼쪽부터 리들리, 핑커, 사회자, 글래드웰, 보통(출처:멍크재단 홈페이지).
▲2015년 11월 ‘진보’를 주제로 열린 멍크토론회. 왼쪽부터 리들리, 핑커, 사회자, 글래드웰, 보통(출처:멍크재단 홈페이지).

캐나다에 피터 멍크라는 광산 재벌이 있습니다. 부의 사회 환원의 한 방편인지 매년 두 번씩 큰돈을 들여 큼지막한 주제로 찬반 토론회를 여는데, 작년 11월 주제는 ‘진보(Progress)’였습니다. 토론자 4명 중 스티븐 핑커와 매트 리들리는 인류는 계속 진보(발전)한다는 낙관론을 폈으며, 알랭 드 보통과 말콤 글래드웰은 인류의 미래는 비관적이라고 맞섰습니다.

토론자들 중 하버드대 교수인 핑커는 언어학자이자 인지과학자로서, ‘언어본능’,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등의 저서를 통해 낙관적인 사고 방식을 피력해왔습니다. 기자였지만 진화론에 경도돼 ‘붉은 여왕’ 등의 서적을 낸 리들리는 진화론자들에게 진화를 가르치기도 하는 실력자입니다. 보통과 글래드웰 역시 썼다 하면 우리나라 서점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책들의 저자들로 세상과 인간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작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이 4명의 토론은 ‘사피엔스의 미래(모던 아카데미, 전병근 역)’에 잘, 자세히 번역돼 있는데 옮기기에는 너무 긴 내용이고, 또 여기에 자세히 소개하면 책이 안 팔릴 수도 있으니까 토론회가 끝난 후의 ‘투표 결과’만 전해드리겠습니다. “투표 결과 : 토론 전 투표 결과는 주제에 대한 찬성표가 전체의 71%, 반대가 29%로 나왔습니다. 토론이 끝난 후 최종 투표 결과는 찬성 73%, 반대 27%로 바뀌었습니다. 투표자 중에서 찬성 팀 쪽으로 옮겨간 사람이 더 많아 승리는 핑커와 리들리에게 돌아갔습니다.”

이처럼 인간은 기본적으로 낙관적임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미래를 비관적, 부정적으로 봅니다. 이에 대해 핑커는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사이언스북스, 김명남 역)’에서 “가까운 과거,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것들로 미래를 예측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이른바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 때문이라는 건데, “역사적 사건들을 통계로 분석하면 인류는 발전해 왔음이 분명한데도 스스로 멀리 보지 못하고, 멀리 보지 못하게 하는 지도자들 때문에 비관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즉 ‘통계적으로 무지하고 도덕적으로 둔감한’ 사람들이 비관적 세계관에 빠져 자신은 물론 남들에게도 부정적 시각을 심어준다는 것이지요.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틀 전 ‘한국이 경제·안보 등 중대한 시기에 혼란에 빠졌다’는 기사에서 우리나라가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하면서 마지막 부분에서는 “불행 중 그나마 한 줄기 희망은 한국에 위기는 낯선 게 아니라는 점이라는 것이다”라고 썼습니다. 저는 ‘통계적으로 한국인은 위기에 강한 사람들임이 입증됐다’는 말을 이렇게 썼다고 해석하고 싶습니다. 아주 멀리까지 갈 것 없이 우리가 IMF 외환위기, 2008년도 금융위기, 지난해의 메르스 사태도 경험한 걸 이렇게 썼다고 생각합니다. 힘냅시다. 긍정적 마음이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바보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폴리애나가 더 많은 것이 언제나 얼굴을 찡그리는 사람이 많은 것보다 낫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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