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석의 야단법석] 겉과 속 다른 복지예산

입력 2012-11-1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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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석 사회부 차장 겸 정책팀장.
정부의 ‘숫자놀음’이 여전하다. 사상 최대라는 내년도 복지예산을 보면 그렇다.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복지예산은 올해 대비 4.8%, 4조5000억원이 증가한 97조1000억원이다. 이는 내년도 전체 국가예산 342조5000억원 중 28.4%의 비중을 차지한다.

임채민 복지부 장관은 “저출산·고령화 시점에서 국민들의 복지 욕구가 증가를 최대한 수용하면서 복지 정책을 잘 설계하는 방향으로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숫자만 보면 국민들로서는 올해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복지혜택을 받겠구나 하는 막연한 착각을 하게 한다.

당장 28.4%라는 복지예산 비중만 보더라도 각 분야별 예산을 추계하기 시작한 2005년(23.7%) 이후 처음으로 전년(2012년 28.5%)보다 줄었다. 4.8% 증가했다는 예산 증가율도 2009년 10.2%에서 해마다 줄어 그만큼인 것이다.

증가한 예산 내역도 마찬가지다. 전체 증가액 중 77.5%가 넘는 3조8000억원은 기초생활보장, 기초노령연금, 건강보험, 중증장애인연금, 4대 연금(국민, 사학, 공무원, 군인) 등 의무적 복지지출 등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증가했다는 대부분의 예산이 물가상승(4.4%)이나 인건비 상승, 최저생계비 인상(3.4%) 등으로 인한 자연증가분을 메우는데 쓰인다는 것이다.

또 예산은 늘렸지만 △기초보장 △보육 △노인 △장애인 △보건의료 등 5개 분야 수혜 대상자를 축소한 것도 복지의 질 향상과는 거리가 멀다.

기초생활수급자 12만명, 의료급여수급자는 11만명이 각각 감소했다. 장애인 지원 대상자는 3000명이나 줄었고, 15.2% 늘어난 보건의료예산 대부분은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육성,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 등 보건산업육성에 집중됐다. 즉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복지 확대와는 거리가 멀다.

결국 내년도 정부의 복지예산안은 예산 비중, 예산 증가율, 증가 예산 내역 등 모든 면에서 역대 최저 수준인 셈이다. 정부가 국민을 기망한 것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복지예산을 소모적 지출로 간주, 증가를 최소화해 온 국가의 정책기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맞서 정부와 정치권 등 일각에서는 복지예산 증액 이야기만 나오면 포퓰리즘이며 재정건전성을 해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리스를 위시한 남유럽 국가의 재정 위기를 언급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최근 남유럽 국가의 재정 위기의 근본 원인이 복지 지출이 아닌 고소득자들의 세금 탈루로 굳어져 가고 있다.

또한 남유럽보다 더 많은 복지 지출을 하며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가는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의 사례를 봐도 그렇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중 자살률 1위이면서 합계출산율 최하위다. 지금의 복지 예산 규모로는 현실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복지는 미래에 대한 투자이자 우리사회의 안전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제도기에 복지 지출을 지금보다 훨씬 더 늘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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