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터지면 크게 망가져”…기업 평판·조직 리스크로 번지는 ‘직장 내 괴롭힘’ ['직괴' 외주화 시대]

입력 2026-06-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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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흉기 사건…“직장 내 괴롭힘 당했다” vs “확인 안 돼”
직장 내 괴롭힘 신고 5년 새 2.8배 증가…지난해 1만6373건
피해자 19.4% “자해·자살 고민”…전문가들 사전 예방 강조

▲'LG전자 마곡센터 칼부림 사건' 피의자인 60대 남성 정모 씨가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LG전자 마곡센터 칼부림 사건' 피의자인 60대 남성 정모 씨가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 지난달 27일 서울 강서구 LG전자 마곡업무센터에서 협력업체 직원 A 씨가 흉기로 임직원 2명을 찔러 다치게 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자들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고 해고 통보를 받아 분노해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5일 A 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송치했다.

LG전자는 “해고 통보는 사실이 아니며, 직장 내 괴롭힘 정황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직장 내 괴롭힘 호소가 흉기 사건으로까지 비화하면서 기업의 안전·평판을 위협하는 조직 리스크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제76조의2)이 시행된 2019년 7월 이후 해마다 늘어 왔다. 고용노동부 ‘직장 내 괴롭힘 신고사건 처리 현황’을 보면, 신고 접수 건수는 법 시행 이듬해인 2020년 5823건에서 △2021년 7774건 △2022년 8961건 △2023년 1만1038건 △2024년 1만3601건을 거쳐 지난해 1만6373건으로 5년 새 약 2.8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검찰 송치는 70건에서 205건으로 이 가운데 기소된 사건은 26건에서 101건으로 늘었다. 직장 내 괴롭힘 분쟁이 형사 절차로까지 번지는 사례가 함께 늘면서 기업이 마주하는 법적 분쟁 부담도 커지는 양상이다.

▲직장내 괴롭힘 신고사건 처리 현황 (고용노동부)
▲직장내 괴롭힘 신고사건 처리 현황 (고용노동부)

문제는 괴롭힘이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을 넘어 극단적 선택, 폭력 사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10월 직장인 1000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최근 1년 새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피해자의 19.4%가 ‘자해나 자살을 고민한 적 있다’고 답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37조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발생한 질병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있고, 법원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 정황을 양형에 반영한 판결이 나오고 있다.

대구지법 김천지원은 지난해 5월 함께 일하던 동료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경북 구미의 한 가게 종업원에게 벌금형을 선고하면서 “직장의 사장과 직원들이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됐다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면서 직장 내 괴롭힘 정황을 양형의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직장 내 괴롭힘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은 커지고 있지만, 정작 피해자들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설문조사에서 괴롭힘 이후 대응방식으로는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는 응답이 56.4%로 가장 많았다. ‘회사를 그만뒀다’는 경우는 26.4%를 차지했다.

반면 ‘회사 또는 노동조합에 신고했다’는 10.6%, ‘노동부나 국가인권위원회 등 관련 기관에 신고했다’는 4.5%에 그쳤다. 직장갑질119 배가영 활동가는 “신고를 해도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낮기 때문에 사적 해결을 하거나 해결 자체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괴롭힘을 방치할 경우 조직 안전과 평판 손상, 수습 비용 등으로 부메랑이 된다고 지적한다. 강서영 법무법인 원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은 법적 부담을 넘어 조직·평판 리스크로도 이어진다”며 “(문제가) 한 번 터지면 조직이 크게 망가지는 만큼 신고가 사실이든 아니든 회사가 신속하게 움직이고 피해자와 면담해 원하는 바를 들어주는 등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배 활동가도 “사건이 터진 뒤 조사 자체도 비용이지만, 사실관계 확인 후 직원들이 이전처럼 일할 수 있는 조직 문화를 회복하는 데도 큰 비용이 든다”며 “사전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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