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무궁화의 날’을 기다리며

입력 2025-04-24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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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문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한국과 아프리카 수단에는 공통점이 있다. 식민지 시기와 전쟁을 겪었다는 점. 그리고 국화(國花)가 무궁화라는 점이다.

수단의 국화 히비스커스는 무궁화속(屬)으로, 붉은색 무궁화라고 할 수 있다. 히비스커스 꽃잎을 물에 우리면, 요즘 인기인 히비스커스 차가 된다.

수단에서는 여전히 내전이 계속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무궁화가 꽃을 피워 민족의 독립과 국가 발전을 이뤘다.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 선생은 민족의식을 고취하는 연설을 할 때, 우리나라를 ‘무궁화동산’으로 칭하며 무궁화를 사랑하자고 외쳤다. 나라를 사랑하는 정신을 무궁화를 심고 보호하는 것으로 표현하자는 의미였다.

한민족과 무궁화의 역사는 고조선까지 올라간다. 당시 중국에서는 우리나라를 근역(槿域), 즉 ‘무궁화가 많은 땅’으로 불렀다.

통일신라 시대 학자 최치원도 당나라에 보내는 문서에 우리나라를 ‘근화향(槿花鄕)’, 다시 말해 ‘무궁화의 나라’로 표현했을 정도다.

일제 강점기를 지나며 무궁화는 민족의 꽃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독립운동가들이 무궁화를 사랑했다. 무궁화의 오랜 역사에 더해, 우리 민족과 공통점이 많기 때문이다.

첫째로 무궁화는 ‘끈기’를 상징하는 꽃이다. 5000년 역사 동안 우리 민족과 함께 자라온 무궁화는 끈질긴 생명력을 가졌다. 어려움을 극복하며 끊임없이 발전해온 우리 모습과 닮았다.

둘째는 ‘영속성’이다. 무궁화(無窮花)는 말 그대로 계속해서 피어나는 꽃이다. 7월부터 10월까지 100여 일 동안 매일 피고 진다. 애국가 1절부터 4절까지 후렴구에는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라는 가사가 반복되는데, 영원 무궁히 민족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 나가려는 의지가 무궁화에 비유해 담겨있다.

셋째는 ‘선비정신’이다. 무궁화는 꽃잎이 떨어질 때 하나씩 지지 않고, 꽃송이 전체가 떨어진다. 피어 있는 모습은 아름답고, 떨어진 모습은 정갈하다. 무궁화가 예로부터 지금까지 국가의 상징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기품이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과거에 급제한 사람에게 왕이 내리는 ‘어사화(御賜花)’ 장식으로 쓰였고, 태극기의 깃봉도 무궁화 꽃봉오리 모양이다. 대한민국의 최고 훈장 이름은 ‘무궁화대훈장’이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얼이 깃든 무궁화지만, 무궁화는 아직 공식 국화(國花)가 아니다. 법제화가 안 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무궁화를 국화로 제정하자는 법률안이 여러 차례 국회에 발의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법적인 근거가 없어 공식 기념일도 없다. 민간에서 8월 8일을 무궁화의 날로 지정해 비공식적으로 기념하고 있을 뿐이다.

독립운동가이자 농촌운동가였던 매헌 윤봉길 의사는 ‘부모의 사랑보다, 형제의 사랑보다, 처자의 사랑보다 더 강한 사랑이 바로 나라와 겨레에 바치는 뜨거운 사랑’이라고 말했다. 5000년 숭고한 역사 속에서 우리 민족과 함께해온 무궁화는 진정한 국화(國花)다. 이토록 자랑스러운 무궁화의 나라에서, 우리 후손들에게 나라꽃이 없는 나라를 물려줄 것인가.

대한민국이 ‘무궁화 나라’가 되기 위해 국민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 나라꽃 무궁화 법제화에 나설 때다. 무궁화를 사랑하고 우리 주변에 심으며 무궁화 나라를 만들자. 우리의 애국심도 더욱 깊이 뿌리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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