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의 시사직설] 발등의 불이 된 중국의 기술 탈취

입력 2025-05-20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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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강남대 교수·경영학/현 ‘자교모’ 공동대표

對中수교 뒤 합작법인 설립 잇따라
先기술이전에 매출 부진 쓴맛 경험
투자 다변화·대칭적 규제 서둘러야

중국의 타국에 대한 기업 기술 탈취는 크게 두 가지 방식을 취한다. 그중 하나는 중국으로 직접투자를 행하는 해외 기업들에 반드시 중국기업의 지분이 포함된 합작투자 형태만 허용하고, 일정 기간 내에 명시적으로 기술 이전을 요구함으로써 이루어진다. 다른 하나는 중국이 직접 해외로 지분투자를 행하여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하거나 지분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합법 여부를 불문하고 핵심 기술을 탈취하는 경우다. 또한 지분투자와 함께 타국 핵심기업의 유능한 기술진을 매수하는 인력탈취 방식을 병행해 사용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92년 중국과 수교 이후 곧바로 SK, 포스코, LG화학,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주력 대기업들이 거대한 중국의 내수시장을 개척하고자 앞다퉈 현지 합작법인을 설립하였다. 그 결과는 매우 허무했다. 처음에는 중국 내수에 가파른 성장이 이루어지는 듯했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중국진출 합작법인들의 매출은 둔화되고 대부분 적자로 전환되는 등 소위 탈출구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처지다. 기술이전이 완료된 중국 합작파트너들이 독자적 생산 구축을 시작함에 따른 결과다. 즉, 선(先)기술이전, 후(後)시장잠식이라는 쓴맛을 본 것이다.

SK그룹은 1992년 이후 중국에 총 430억 달러를 투자하며 54개 합작법인을 진출하였다. 그러나 HBM(고대역폭메모리) 반도체가 호조를 보이는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에너지와 통신 부문은 매출감소와 적자누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포스코는 1997년 중국 사강그룹과의 합작으로 장가항포항불수강(ZPSS)을 설립하여 자동차용 스테인리스 냉연강판을 생산하여 초기 폭발적인 수익 성장세를 보였으나 현재는 중국 내 10여 개에 달하는 공장이 적자 상태다.

LG화학도 1995년부터 톈진, 광저우, 난징 등에 PVC 생산법인, ABS 공장, 배터리 공장, 바이오 전문사(LG건생과기) 등을 설립해 다양한 투자를 진행했으나 대부분의 법인이 매출 둔화와 수익 감소가 빠르게 진행되었고 난징 소재 이차전지 생산법인 LG에너지솔루션만 수익을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1991년 중국사무소를 시작으로 1995년 이후 쑤저우 등에 반도체 생산법인(SESS), LCD 패널공장, 메모리반도체 공장을 설립하였는데 이 중 반도체는 중국 내 AI(인공지능) 및 데이터센터 구축 활성화로 HBM 매출이 최근까지 호조세를 보이고 있으나 스마트폰은 경쟁 심화로 완전히 철수하였다.

현대자동차는 1998년 중국에 베이징현대차를 설립해 완전 자동화설비를 구축하며 진출한 결과 초기에는 독일 폭스바겐 같은 경쟁업체보다 노동의존도가 낮아 노무비 상승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며 빠른 수익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베이징 제2공장, 충칭, 창저우 등 5곳의 합작법인 설립 후 시간이 지날수록 기술이전이 현실화되며 중국 생산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며 5개 공장 모두 철수를 추진 중이다.

중국이 지분투자를 행하며 국내 기업의 경영권을 잠식한 사례는 동양생명이 2015년 중국 안방보험그룹에 인수된 것을 포함해 주로 경쟁력 있는 중견기업 등을 타깃으로 실행됐다. 쌍용자동차는 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매각됐으나 디젤 하이브리드 기술의 불법 유출이 문제돼 2009년 지분을 철수한 후 기업회생절차를 거쳐 KG그룹에 인수됐다. 금호타이어는 2018년 중국의 더블스타에 매각되었고 산업은행 등 채권단과의 협의하에 2025년까지 최대주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기로 합의된 상태다. CJ그룹의 콘텐츠 공급회사 CJ ENM의 자회사 CJ게임즈는 2014년 중국의 텐센트에 지분 28%를 5억 달러에 매각하였는데 이후 넷마블과 합병한 후에도 텐센트가 주요 주주로 남아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알리바바의 자회사 알리바바픽처스가 SM의 지분 4%를 3000만 달러에 확보하였는데 SM의 전속계약 가수들의 중국과의 개별 접촉을 통해 콘텐츠가 유출될 위기에 있다. 카카오에는 중국 텐센트의 자회사 Maximo PTE가 2012년 14%의 지분을 확보하였고 다음카카오로 합병되면서 텐센트의 지분비율은 6%로 줄었으나 더 다양한 사업협력으로 확대되었다. 카카오페이는 2017년 알리바바의 금융자회사 앤트그룹에 지분 39%를 매각하였고 웹툰, 웹소설, 음악, 영화 등을 취급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는 텐센트그룹이 지분 3%를 취득하였다.

최근 SK텔레콤의 유심 해킹이 발생한 바와 유사한 개인정보 유출을 경험한 LG유플러스는 지분투자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 화웨이로부터 5G 기반 통신장비를 수입하여 중앙선관위에 납품했으며, 우리 공공기관에도 화웨이 장비 1만여 개가 부착된 사실도 확인되었다. 참고로 LG유플러스의 화웨이 장비 수입은 김대중 정권 때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당시 이상철 부회장에 의해 결정되었는데 그는 뒤에 화웨이의 고문을 맡았다. 이와 같이 중국의 기술탈취는 공식적 기술이전이나 지분투자를 통한 합법적 취득 이외에도 핵심 인력에 대한 뇌물성 매수, 고액 연봉 스카우트 등을 통해서도 이루어졌다.

향후 경쟁국이 되어버린 중국에 대한 더 이상의 추가적 기술 유출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외적 중국 투자는 지양하고 투자 다변화를 꾀해야 하며, 대내적으로는 미국, 유럽연합(EU)에서와 같이 상호대칭적 규제 완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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