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총리 없이 미국이 사실상 협상 주도
방위비 확대 등 첫 협상부터 압박
정부, 내주 협상 앞두고 통상 피해 분야 점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과 첫 관세 협상장에 깜짝 등장했다. 애초 양측 경제 관료가 ‘카운터파트’로 마주 앉을 계획이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빠진 협상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이다. 일본 주요 언론들은 “첫 협상부터 주도권을 뺏긴 것”이라며 우려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일본이 관세와 군사 지원 비용, 무역 공정성 등을 협상하기 위해 왔다”며 “회의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을 위해 워싱턴D.C.를 찾은 일본 측 관세 협상 대표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과 백악관에서 한 시간 정도 면담했다. 이 자리에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미국 측 협상 대표들이 배석했다. 아카자와 경제재생상과의 면담이 끝난 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일본 무역 대표단과 방금 만났던 것은 매우 영광”이라며 “큰 진전”이라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면담이 끝난 뒤 진행된 75분 간의 각료급 협상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미 협상이 ‘큰 진전’을 이뤘다며 일본을 압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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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일본은 첫 협상에서 미국 측 요청을 확인하는 게 우선이었다. 이후 내각을 중심으로 ‘교섭 카드’를 마련한다는 취지였다. 교도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장에 직접 등장하면서 상황이 급반전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닛케이 등 일본 언론들은 각료급 협의에서 안전보장 관련 미국 측의 요구가 있었다고 전했다.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회담 후 기자들에게 “상호관세와 자동차, 철강·알루미늄 관세 등 전반적인 재검토를 요구했다”며 “엔화 환율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또 “양측은 조기 합의를 목표로 하는 것에 의견이 일치했다”며 “이달 안에 재협상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안보 문제 논의 여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아 이 문제가 논의됐음을 암시했다. 방위비 확대는 애초에 없던 의제여서 일본 측 협상단에는 방위성 담당자조차 없는 상태인데 일격을 맞은 셈이 됐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첫 협상부터 일본 국방예산과 주일미군 주둔비 확대를 요구한 것으로 관측된다. 이시바 일본 총리는 17일 총리 관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미·일 관세 협상 직후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으로부터 결과를 보고받았다”면서 “적절한 시기에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회담하는 것을 당연히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협상은 내주 개최되는 한미 관세 협상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일본의 협상 결과를 면밀히 분석하고 한국 상황에 맞는 전략을 도출해 협상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다음 주 미국을 찾아 고위급 인사들과 직접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방미는 단순한 의견 교환을 넘어, 관세 대응과 공급망 안정, 양국 통상 이슈를 포괄하는 실질적 협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부는 내주 협상을 앞두고 미국 관세에 따른 통상 피해 분야 점검에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