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도 필요" 강조한 실용노선…감(減)원전 기조 속 유연한 에너지 전략 예고

인공지능(AI) 산업과 탄소중립을 양대 축으로 내세운 새 정부가 급증하는 전력 수요와 마주하면서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조화를 이루는 ‘에너지믹스’ 전략이 시험대에 오른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이 약속한 RE100 산업단지 조성과 재생에너지 확대는 미래 비전을 담고 있지만, AI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엄청난 전력이 필요한 데이터센터 확산이 필수여서 원전 정책에 대한 현실적인 재검토도 요구된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공약집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에는 2050년까지 기업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RE100)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기후에너지부 신설과 해상풍력 확대, 햇빛·바람 연금,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등 재생에너지 기반 전환을 위한 다양한 청사진도 제시됐다. 원전과 관련된 직접적 언급은 피했지만, 현 수준 유지 및 안전성 담보 하의 제한적 활용 방침이 기본 입장이다.
다만 AI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상황은 복잡해지고 있다. 현재의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으로 AI 산업의 전력 수요를 감당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10년간 AI 산업의 가장 큰 도전은 에너지”라며 “에너지가 없으면 AI는 존재할 수 없다”고 단언한 바 있다. 데이터센터를 구동하는 GPU뿐 아니라 냉각을 포함한 시스템 운영에도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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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인 점은 당선인이 원전도 필요하다고 말하는 실용노선을 공언했다는 점이다.
당선인은 대선 토론회에서 "에너지 믹스가 필요하다. 원전도 필요하고 재생에너지도 필요하고 다른 에너지도 복합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는 "원전 비중이 32%에 달하는데, 지금 있는 원전을 없앨 필요는 없고, 짓기로 한 건 지으면 된다. 소형모듈원자로(SMR)도 안전성이 담보되면 하면 된다"고 언급해 원전에 대한 유연한 사고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AI 산업 발전에 따른 에너지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기저전원으로서의 원전 활용을 병행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친환경 에너지원의 기술력 확보를 병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한다. 재생에너지 단독으로는 당분간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선인이 감(減)원전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산업 전환과 수요 변화에 따른 유연한 에너지믹스 전략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데이터 기반 경제로의 대전환을 앞두고, ‘에너지 안보’와 ‘기술 독립’의 균형을 맞춘 새 정부의 선택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