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초대석]소비자시민모임 백대용 회장“소비자 주권부터 경제민주화 시작”

입력 2019-04-09 15:49 수정 2019-04-0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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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시민모임 14대 백대용 회장이 5일 서울 광화문 디타워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고이란 기자 photoeran@
▲소비자시민모임 14대 백대용 회장이 5일 서울 광화문 디타워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고이란 기자 photoeran@
지난 1월 수입육 유통업체들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다. 시중에 유통되는 스페인산 이베리코 돼지고기 중 10%가 가짜라는 발표 때문이다. 소비자시민모임(이하 소시모)이 시중 돼지고기를 구입해 유전자 시험 등을 통해 밝혀낸 사실이다. 이베리코 돼지고기를 식재료로 사용한 피자업체가 관련 메뉴의 판매를 중단하는 등 파장도 컸다. 소시모에는 수입육 유통업체의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국내 대표 소비자 NGO인 소시모는 스페인의 이베리코 생산량에 주목했다. 소비자의 제보가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 생산량을 웃도는 전세계 판매량에 의문을 갖고 이베리코 돼지고기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형 유통기업마저도 버젓히 가짜 이베리코를 판매해왔던 사실을 폭로하기에 이르렀다.

소시모는 늘 소비자의 입장에서 문제점을 찾아낸다. 소비자가 원하는 사항을 소비자의 입장에서 미리 파악한 후 소비자의 주권을 강화하고자 하는 단체가 바로 소시모다.

이 소시모의 수장이 최근 바뀌었다. 백대용(45) 회장이 주인공이다. 법무법인 세종의 파트너변호사인 백 회장은 올해로 20년 째 소비자와 함께하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정치민주화는 국민주권부터, 경제민주화는 소비자주권부터=“경제민주화의 핵심은 소비자의 주권에서 비롯됩니다. 소비의 주체인 소비자가 경제민주화에 배제돼 있는 현실을 바로 잡아야죠.”

서울 광화문 법무법인 세종 회의실에서 만난 그의 첫 마디에서 소시모 회장으로서의 결의가 느껴진다.

사법연수원 시절 소비자 상담과 자문을 시작으로 소비자운동에 투신한 그는 소비자단체의 활동을 ‘치유’라고 표현한다. 단순히 제품의 불량이나 환불·교환으로 인한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상처받은 소비자의 마음까지 평온하게 해주는 일이 바로 소비자 운동이라는 이야기다. 법적 지식으로 도움을 주려던 그 역시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감성적인 치유법을 배웠다고 회고한다.

20년간 소비자와 동행해온 그는 소비자 개개인을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자가 주권 가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정부가 기업에 대한 규제를 늘리는 것은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규제가 강화됐지만 소비자의 삶은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이 뭘까요.”

그가 질문을 던진다. 답변을 찾기 위해 고심하는 사이 그가 생각하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관(官 )주도의 규제가 아니라 민(民 )주도의 규제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합니다. 관 주도의 규제로 기업들은 소비자보다 대관업무에 집중하게 됩니다. 정작 손해를 본 소비자는 개별적으로 소송을 진행하지 않고는 배상을 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는 소비자가 피해를 입증해야하는 현재의 사법 시스템도 소비자주권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는다. 미국 등에서는 기업이 소비자가 자사 제품으로 인해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고 집단소송제를 통해 소송을 하지 않은 다수의 피해자까지 구제받는다. 국내의 집단소송은 단체 소송일 뿐 진정한 집단소송으로 보기 어렵다. 100명의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을 때 단 1명의 소비자가 소송을 제기해도 승소할 경우 100명에게 같은 보상이 이뤄지는 것이 바로 집단소송의 핵심이다. 차량 화재 사건이 발생한 BMW도 국내 배상은 지지부진하지만 이미 미국에서는 소비자 배상안을 마련했다.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인한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이 기업 경쟁력도 키운다=국내 기업들은 백 회장이 주장하는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이 기업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백 회장은 중장기적으로는 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확신한다.

“지속적으로 소비자들로부터 문제제기가 이뤄지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기업 경쟁력은 더 퇴보하게 됩니다. 소비자가 강력한 주권을 가지는 주체가 될 수 있는 기반인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이 도입되면 기업은 빠르게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노력을 기울이게 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우물 안 개구리인 내수 기업들이 글로벌 챔피언이 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죠.”

그는 현재 정부의 과징금 제도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손해를 본 소비자에게 배상이 이뤄지지 않고 이것이 국고로 귀속되고 있다는 것. 그는 담합이나 유해성을 인지하고도 제품에 이를 사용한 기업들로 인한 손해를 본 소비자가 직접 배상을 받을 수 없다면 소비자권익증진기금을 조성을 통해 간접적으로 소비자의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백 회장은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이 “소비자는 이겨도 ‘본전’, 기업은 져도 ‘본전’인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해 줄 키(Key)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정부가 최소한의 규제에 나서고 민 주도의 규제가 강해질 때 , 바로 그때가 그가 말하는 ‘소비자 주권시대’가 열리는 서막이다.

그는 남양유업의 갑질로 인한 불매운동과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 대한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연대에서 소비자주권의 희망을 봤다. 그는 이러한 연대가 소비자의 승리, 나아가 기업의 건강한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는 경제민주화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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