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단막극, 방송사 실질적인 투자해라 [김민정의 시스루]

입력 2014-01-26 18:26 수정 2014-01-27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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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PD경력이 16년인데 단막극이 가장 어렵다. ‘액션 안 돼. 자동차 사고 안 돼. 배우 6명 나오면 안 돼’ 등 많은 제약이 있다. 예를 들어 외국에서 손님이 왔는데 10000원 짜리 한 장 주면서 서울을 잊지 못하게 외국인한테 소개해주고 맛있는 거 많이 사줘. 택시는 타면 안 돼. 제한시간은 1시간이야. 이런 상황이다. 단막의 촬영 여건은 상상을 초월한다.” 경력 16년차 드라마 PD가 경험하고 느낀 단막극이 가진 애환이다.

단막극의 제작환경은 끊임없이 문제제기 돼 왔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방송가에서는 단막극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앞장서 목소리 높여 강조하지만, 그 이상 발전은 없다. 말로만 ‘단막극 중요하다’고 외칠 뿐 환경을 만들어 주지 않기 때문이다. 열악한 제작비는 소재를 제약한다. 방송사가 실질적인 투자에 있어 인색하다 보니 형식이 내용을 지배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미니시리즈의 경우 제작비가 통상 편당 2억 5000만원 선인데다 장르물이나 대작의 경우 편당 4억 원까지도 치솟는 데 비해 단막극은 편당 약 8000만원 선에 그친다. 미니시리즈의 3분의 1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제작비로 시청자를 들었다 놨다 하는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 내라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은 단막극을 퇴보하게 하는 지름길로 작용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사진=KBS

이뿐만 아니다. 배우의 억 소리 나는 개런티도 단막극의 힘든 제작환경에 한 몫한다. 단막극의 출연료는 미니시리즈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배우들은 단막극 출연을 꺼리거나 힘든 제작환경에 부딪히지 싫어 외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작진이 화려하게 꾸며 놓은 좋은 텃밭에서만 호의호식하는 배우가 진정한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을까. 좋은 작품을 개발하고 만들어 내는 것은 배우와 제작진이 함께 해 나가야할 몫이다. 배우는 자신의 꿈과 목표를 펼쳐내는 장인 드라마를 함께 발전시켜 나가야 할 의무가 있다. 단순히 눈앞에 있는 단것만 삼키지 말고, 자신의 미래를 위해 투자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단막극이 신인을 양성하고 훈련하는 인큐베이터’라는 말은 이제 지겨울 정도다. 그러나 이를 수차례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음은 분명하다. 독특한 발상, 실험적인 작품들이 무수히 쏟아져 나와 드마라 콘텐츠의 다양성과 질을 향상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는 시초가 단막극이다. 지난해 KBS 드라마 ‘학교 2013’의 이현주 작가, ‘직장의 신’ 윤난중 작가, ‘비밀’ 유보라 작가 등 단막극을 통해 다져온 실력과 경험이 바탕이 돼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방송가를 장악, 단막극의 중요성을 입증했다. ‘왕가네 식구들’ 한주완, 대세남 김우빈도 단막극을 통해 데뷔해 성장했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이밖에 톱스타로 자리매김한 배용준, 원빈, 이영애, 조인성, 엄태웅, 김윤석 등도 단막극을 통해 밑거름을 탄탄히 했고, 성장 발판으로 삼았다.

오는 26일 ‘KBS 드라마 스페셜 단막 2014’가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있었던 편성축소와 같은 불미스러운 일은 없어야 한다. 제작진과 배우, 방송사가 힘을 합쳐 올해 볼거리 풍성한 단막극으로 그 명맥을 이어 ‘단막극의 부흥’을 이끌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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