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20원 대까지 오른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 외부 충격보다 구조적 요인이 누적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대미 투자 확대와 해외 주식 투자 증가, 기업들의 달러 보유, 외국인 자금 흐름, 엔저 등이 겹치면서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다른 고환율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11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최근 원·달러 환율 흐름에 대해 “자본시장 자율화 이후 환율이 지금처럼 높았던 국면이 세 번 있다”며 “앞에 두 번은 IMF 때 한 번 확 튀었다가 떨어지고, 글로벌 금융위기 때 확 튀었다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2020년 코로나 이후에 1100원 저점을 찍고 나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환율”이라며 “예전과는 상황이 굉장히 다르다”고 밝혔다.
허 교수는 현재 고환율의 배경으로 대미 투자 확대, 서학개미를 중심으로 한 해외 주식 투자 증가, 기업들의 달러 보유, 외국인 주식 자금 이탈, 엔저 등을 꼽았다. 그는 “예전에는 밖에서 뭔가가 빵 하고 들어와서 우리나라 경제가 환율로 반응한 거였다면 지금은 우리나라 경제 구조 자체가 조금씩 변하면서 계속 새로운 이벤트들로 환율이 밀어올려지는 국면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 조정을 환율 상승 요인으로 언급한 데 대해서는 “설명을 다 하진 못하지만, 일부 설명은 한다”고 평가했다. 허 교수는 “최근 국면에, 특히 5월 이후 국면에서는 코스피도 굉장히 빨리 오르고 외국인들이 집중적으로 갖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많이 오르다 보니까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이 중요한 이유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경제 지표,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하 기대 약화, 미국·이란 전쟁, 스페이스X IPO 기대감 등도 환율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봤다. 그는 “이유가 매우 많은데 구조적으로 뭔가가 시정되는 것은 많이 없으면서 이유가 계속 레이어가 올라오는 것 같다”고 했다.
향후 환율 전망에 대해서는 “올 말의 환율이 작년 1년 평균 환율보다 높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허 교수는 하반기로 갈수록 환율이 떨어질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떨어져 봤자 1450원 근처까지 떨어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이란 전쟁 이전에 바로 그 전날 환율이 1435원이었다”며 “거기까지는 못 갈 것 같다는 게 기본적으로 제 생각”이라고 했다. 또 “연준은 금리를 쉽게 인상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인하는 물 건너갔지만 그 얘기가 곧 인상이 임박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내 증시 변동성에 대해서는 반도체주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허 교수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주식은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와 겹쳐 놓고 보면 흐름이 굉장히 비슷하다”며 “우리나라 시총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48%를 넘어갔다”고 말했다.
이어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올 1월 1일과 비교하면 70% 정도 올라와 있는데 삼성전자는 3배, SK하이닉스는 3.5배 됐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시정되는 과정에서 더 많이 올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가가 계속 일방적으로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허 교수는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의 모멘텀이 남아 있다고 보는 편”이라면서도 “모멘텀이 남아 있다고 주야장천 매일매일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금리와 관련해서는 연준이 당장 금리를 올릴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허 교수는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와 관련해 “근원은 시장 기대치보다 약간 낮다”며 “연준이 조금 더 인내심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았나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너무 과도한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