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은 “최고 수준 보상 가능”…경직적 제도화엔 난색
중노위 사후조정 장기화 가능성도

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 체계 개편을 둘러싼 막판 협상에 돌입했지만 핵심 쟁점에서 평행선을 달리며 총파업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조는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제도화를 요구하는 반면 사측은 추가 보상 여지는 열어두면서도 ‘고정비화’에는 선을 긋고 있다. 협상 결과에 따라 오는 21일 예고된 총파업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차 사후조정 회의를 이어갔다. 전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약 1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1차 회의에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현재 협상의 핵심은 성과급 산정 방식과 이를 단체협약 수준으로 명문화할지 여부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지급하고 성과급 상한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노조는 일회성 합의가 아닌 제도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최승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이날 회의장에 들어가기 전 “조합원들이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회사가 제도화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 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사측은 실적에 따른 추가 보상은 가능하지만 영업이익 연동 비율을 고정적으로 제도화하는 데는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업황 변동성이 큰 반도체 산업 특성상 성과급이 사실상 고정 임금처럼 굳어질 경우 투자 여력과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다. 회사 측은 현행 초과이익성과급(OPI) 체계를 유지하되 실적이 우수할 경우 별도 특별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추가 중재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노위 역시 이날 협상 종료 시점을 특정하지 않은 채 양측 의견 차이를 좁히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후조정은 법정 기간 제한이 없어 노사 합의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노사 대치가 장기화하면서 정부 개입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재계 안팎에서는 상황이 악화할 경우 정부가 긴급조정권 카드를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긴급조정권은 노조법 76조에 규정된 제도로 파업 등 쟁의행위가 국민 생활이나 국가 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다. 발동 즉시 최대 30일 동안 파업이 중단되고 중노위가 조정·중재 절차에 들어간다.
사법부 판단에도 관심이 쏠린다. 법원은 13일 회사 측이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의 두 번째 심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노사 협상이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총파업 현실화를 가를 핵심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1일 총파업 시작을 고려하면 늦어도 20일 이전에는 가처분 결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상이 단순 임금 갈등을 넘어 국내 제조업 전반의 성과급 체계 논란으로 확산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 체계를 일부 도입한 이후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유사 요구가 커졌고 최근에는 조선·방산·철강업계까지 성과급 기준 공개와 제도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번지는 분위기다.
재계에서는 반도체 업황 회복 국면에서 투자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점에 노사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중장기 경쟁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첨단 파운드리 투자 확대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생산 차질이나 투자 지연 가능성이 현실화할 경우 글로벌 경쟁사와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