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AI 사진, 논란되는 이유

입력 2026-05-1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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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 AI 만드는 법, 프롬프트 공유 중


(출처=오픈AI 챗GPT 편집 이미지)
(출처=오픈AI 챗GPT 편집 이미지)


방금 야구 중계화면 속 누구야?

최단시간 300만 관중 돌파를 이뤄낸 한국 프로야구. 찾는 이들도 보는 이들도 많기에 생각지도 못한 장면이 이슈로 떠오르는데요. 귀여움으로 승부하는 아기와 강아지뿐 아니라 외모를 뽐내는 관중들도 연일 카메라의 선택을 받곤 하죠. 이는 유튜브 쇼츠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퍼져나가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예고합니다. 그러나 그 ‘카메라 선택’이 쉽진 않죠.

그런데 최근 해외 커뮤니티와 레딧·스레드 등에서 ‘한국 야구장 여신’이라는 제목으로 화제가 된 영상과 사진은 왠지 모를 이질감이 들게 했는데요. 관중석에 앉은 한 여성이 경기를 바라보고 있었고 화면 위에는 점수판과 선수 이름이 지나갔죠. 카메라가 우연히 관중을 잡은 듯한 구도, 경기장 조명 아래 자연스럽게 잡힌 얼굴, 살짝 움직이는 표정까지 모두 실제 중계 화면과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요. 하지만 화면 속 어긋난 정보들을 하나둘 찾아내기 시작하면서 깨닫게 됐습니다. 이건 AI 작품이란 사실을요.


(출처=레딧 캡처)
(출처=레딧 캡처)


AI 영상을 알아챈 단서는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배경이 무너졌거나, 조명이 부자연스러워서 들킨 것도 아니었죠. 먼저 의심한 것은 중계 그래픽 속 선수 이름이었는데요. 화면 상단에는 투수로 한화 이글스 김서현, 타자로 조인성이 표기돼 있었습니다. 김서현은 2023년 한화에 입단한 현역 선수인 반면 조인성은 1998년 LG 트윈스에 입단해 2017년 은퇴한 뒤 현재 코치로 활동하고 있죠. 두 사람이 같은 경기에서 투타 맞대결을 펼치는 장면이 벌어질 수가 없는데요. 여기에 조인성이 두산 베어스 선수로 뛴 적이 없다는 점, 두산 관련 응원 문구가 어색하다는 점, 한국 프로야구 중계 화면처럼 보이는데 영어 음성이 들어갔다는 점이 AI 생성 영상이라는 것을 알려줬죠.

사람의 얼굴이나 움직임만 놓고는 쉽게 가짜라고 판단하기 어려운 AI 영상. 이것이 논란의 핵심이 됐는데요. 예전의 AI 이미지는 손가락 개수가 맞지 않거나, 옷의 주름이 이상하게 이어지거나, 배경 글자가 뭉개져 있었죠. 그러나 이번 야구장 영상은 그런 방식으로는 쉽게 판별되지 않았습니다.

AI 생성물은 이제 ‘그림이 이상해서’ 알아차린다기보다 정보로 들키는 수준이 된 건데요. 만약 화면 속 선수 이름이 실제 경기와 맞아떨어졌다면, 만약 응원 문구가 자연스러웠다면, 만약 영어 음성이 들어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야구장 AI 사진, 논란되는 이유 (출처=오픈AI 챗GPT 생성 이미지)
▲야구장 AI 사진, 논란되는 이유 (출처=오픈AI 챗GPT 생성 이미지)


이번에는 야구팬들의 집단지성이 비교적 빠르게 작동했지만, 모든 분야에서 이런 검증이 즉각 이뤄지는 것은 아니죠. 스포츠처럼 기록과 팬덤 지식이 촘촘한 영역에서는 오류를 잡아낼 수 있지만, 재난 현장 사진이나 범죄 목격 영상, 정치적 발언처럼 순간적으로 확산되는 콘텐츠라면 상황은 훨씬 복잡해집니다.

이번 영상의 화제성은 ‘장소’ 때문이기도 한데요. 2026 KBO리그는 5월 7일 기준 166경기 만에 누적 관중 306만2085명을 기록하며 역대 최소 경기 300만 관중 돌파 기록을 세웠습니다. 한 경기 평균 관중은 1만8446명으로 지난해 같은 경기 수 대비 약 10% 늘었고, 올 시즌 166경기 중 98경기가 매진을 기록했죠. 경기 결과만큼이나 응원석의 분위기, 관중의 리액션, 치어리더와 응원단, 유니폼 인증샷, 직관 브이로그가 콘텐츠가 되는 요즘인데요. 그렇기에 ‘야구장 AI 사진’은 현실감 있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죠.

이런 영상과 사진 만들기는 매우 쉬운데요. 이미 많이 알려진 ‘프롬프트’ 입력하면 금방이죠. 먼저 이용자가 자신의 얼굴 사진이나 참고 이미지를 AI 이미지 생성 도구에 올린 뒤 ‘야구장 관중석’, ‘중계 화면’, ‘응원석’, ‘야간 경기 조명’, ‘방송 캡처 느낌’ 같은 조건을 넣으면, AI는 인물과 경기장 배경을 결합한 이미지를 생성하는데요. 여기서 끝나면 ‘야구장 AI 사진’이 되고 이 이미지를 다시 영상 생성 도구에 넣어 눈을 깜빡이거나 고개를 돌리거나 표정을 바꾸게 만들면 ‘야구장 AI 영상’이 됩니다.

이 콘텐츠가 AI라는 사실이 명확히 표시됐다면, 반응은 조금 달랐을 수 있는데요. 하지만 실제 중계 화면처럼 보이는 이미지가 AI 표시 없이 퍼지면 단순한 창작물이 아니라 사실처럼 소비되는 정보가 되죠. 영상 속 인물이 실제 사람인지, 완전한 가상 인물인지, 누군가의 얼굴을 참고했는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초상권과 인격권 문제도 따라붙게 되는데요.

더 큰 문제는 ‘재미로 만든 AI’가 현실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대전 오월드 늑대 ‘늑구’ 탈출 사건은 그 위험을 보여준 대표 사례죠. 대전 오월드 동물원에서 늑구가 탈출한 직후 AI로 조작된 가짜 목격 사진이 유포됐고 이 사진은 재난 문자 송출과 수색에까지 영향을 미쳤는데요. 늑구 사건에서 유포자는 경찰 조사에서 “재미로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죠. 조작 사진은 대전시의 포획 상황 브리핑과 소방 당국의 공식 발표에도 사용됐고 수색 범위가 변경되고 수색 본부가 옮겨지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야구장 AI 만드는 법, 프롬프트 공유 중 (출처=오픈AI 챗GPT 생성 이미지)
▲야구장 AI 만드는 법, 프롬프트 공유 중 (출처=오픈AI 챗GPT 생성 이미지)


법과 제도도 이미 이 문제를 뒤쫓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1월 22일부터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이른바 인공지능기본법이 시행됐죠. 이 법 제31조는 인공지능 투명성 확보 의무를 규정하고, 인공지능사업자가 생성형 인공지능 또는 이를 이용한 제품·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그 결과물이 생성형 인공지능에 의해 생성됐다는 사실을 표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시행령은 표시 방법과 관련해 사람이 인식하는 방법 또는 기계가 판독할 방법 등을 규정했죠.

다만 여기에도 빈틈은 있습니다. 법의 중심 대상은 기본적으로 AI 모델을 개발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인데요. AI 도구를 이용한 개인이 이미지를 내려받고, 다시 편집하고, SNS에 올리고, 다른 이용자가 그것을 캡처해 재유통하는 과정까지 일일이 표시 의무로 통제하기는 쉽지 않죠. 생성 단계에서 표시가 붙더라도 재업로드와 캡처를 거치며 표시가 사라질 수 있고 메타데이터 방식의 표시가 있더라도 일반 이용자에게 눈에 보이지 않으면 사실상 인식되기 어려운데요. 이번 논란이 보여준 것도 바로 그 간극입니다.

플랫폼의 역할도 피할 수 없죠. AI 생성물이 실제 영상처럼 확산되는 시대에는 제작자 개인의 양심에만 맡기기 어려운데요. 업로드 단계에서 AI 생성 여부를 표시하게 하거나, 이용자가 AI 콘텐츠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노출 방식을 개선하거나, 중계 화면·재난 현장·뉴스 형식처럼 현실 정보로 오인될 가능성이 큰 콘텐츠에는 더 명확한 표시를 요구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죠.

앞으로 모든 가짜 콘텐츠를 해당 분야의 ‘고인물’들이 잡아내야 한다면, 일반 이용자는 언제나 한발 늦게 속을 수밖에 없는데요. 이번 논란은 AI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보여준 동시에, 우리가 아직 그 발전 속도에 맞는 표시와 검증의 습관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확인시켜줬죠. 다음번에도 그렇게 운 좋게 들킬 수 있을까요? 장담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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