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직무급 임금체계’ 도입 준비할 때다

입력 2025-04-28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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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호 한양노무법인 대표노무사

저성장 및 고령화시대의 도래로 인하여, 우리나라의 대표적 임금체계인 연공급을 직무급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최근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롯데그룹이 올해부터 계열사를 대상으로 업무에 따라 기본급에 차이를 두는 직무급제를 순차적으로 도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대기업집단의 직무급 도입이 향후 우리나라 기업 및 사회에 미칠 영향은 매우 중요하다. 현행 연공급제는 근속연수가 증가하면 임금이 상승하는 임금제도이다 .

연공급제, 안일한 근무태도 야기 등 부작용 심각

연공급제는 고성장시대 저숙련 근로자가 근속연수가 증가할수록 능력과 경험이 향상되어 조직성과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확산되었다. 그런데 오늘의 현실에선 청년층과 중장년층 세대 간 임금격차의 주된 원인이자 퇴사하지 않으면 임금이 지속적으로 상승한다는 무사안일의 근무태도를 야기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 저성장 경제환경에서는 급격히 높아진 초임을 연공급으로 인해 누적으로 인상할 임금재원을 마련하는 것도 어려운 문제이다. 아울러 정년 65세 연장을 논의하는 측면에서도 연공급 임금체계의 변경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이에 반해 직무급 임금체계는 근속에 비례하여 임금이 상승하지 않고 역할, 책임, 난이도 등 수행 직무의 상대적 가치에 따라 임금수준을 결정하기 때문에 저성장 및 고령화시대에 적합한 임금체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 현장에서는 막상 연공급을 폐지하고 직무급을 도입하려고 하면 직원들의 거센 거부에 부딪치게 되고, 직무급을 도입하더라도 수년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과거 수십 년간 연공급을 유지한 기업의 인사관리 특성상 직원들은 작업장 내 장유유서 문화에 익숙하고 인사담당자들조차도 직무급에 대한 경험과 인식이 부족한 바 , 직무급을 수용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하지만 저성장 경제환경에서 비효율적인 연공급 체계를 직무중심 인사관리를 통해 성과·능력중심의 임금체계로 전환해야 하고, 정년 연장의 대상이 되는 고숙련 노동자들 역시 부당하게 임금이 감액되지 않고 타당한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숙련직무에 대한 직무급으로 개편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해서는 반론을 제기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이에 직무급제 도입에 있어 효율적인 몇 가지 방식을 제안해 본다.

첫 번째, 기업은 연공급, 직무급, 직능급 등 한 가지 요소만으로 기본급 운영 방식을 결정하기보다는 여러 요소를 혼합하여 사용할 필요가 있다. 이상적인 단 하나의 임금체계는 없으므로 해당 기업의 인력구성, 재무여건, 성장속도를 고려하여 여러 임금체계를 혼합하여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두 번째, 중장기 임금구조 개선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단계별로 순차적 제도 개선을 통해야만 최종단계에서 기업 체질에 맞는 직무급제도를 설계할 수 있다. 예컨대 현재 호봉제를 운영하는 회사의 경우 1단계로 연봉제 전환을 정착시키고, 2단계로 성과보상을 강화하여 역할급 또는 성과급을 확산하고, 3단계에서는 직무급의 과도기로 직군별 임금인상 등의 방식을 운영하고 , 최종 4단계에서 특정 직군 또는 전 직원에 대한 직무급 체계를 도입하는 방식이다. 위의 2단계에서는 정년 연장직원에 대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충분한 노사 협의 통해 기본급 운영 방식 정해야

세 번째는 직원 또는 노조와의 충분한 협의 및 적법한 인사규정의 변경이 필요하다. 최근 기업현장에서 ‘워라밸’ 문화가 확산되면서 직원이 핵심직무에서 돈을 더 받으면서 일할지, 아니면 돈을 적게 받더라도 쉽고 편한 일을 할지를 선택할 수 있고, 현행 성과연봉제보다 직무급제가 상대적으로 평가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연공서열의 문화를 벗어나 같은 동료들끼리 임금 격차로 갈등이 생기는 일이 적다는 장점으로 직원들과 충분히 공감한 후 구체적인 단계별 직무급 도입 정보를 충분히 공유한다면 위에서 제안한 순차적 제도 개선 방식으로의 도입이 가능하다.

지금부터 연공서열형의 경직적인 임금구조를 단계별로 개선하고 직무 및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를 도입하는 노력이 실행되어야만 미래사회를 위해 청년층의 원활한 노동시장 진입과 고령층의 안정적인 노동수요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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