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생산성 줄어 인상"…오히려 전분기比 증가
정부, 작년 이어 협회 가격고시 폐지 재추진할 듯

계란 생산자단체인 대한산란계협회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따른 생산성 감소 등을 이유로 최근 2개월간 계란 산지가격을 20% 이상 올려 고시했다. 하지만 정작 계란 생산량은 같은 기간 더 늘어났다. 정부는 계란 산지가격 상승폭이 과도하다고 보고 자체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24일 본지가 입수한 산란계협회의 산지가격 고시를 보면 올해 2월 12일 기준 146원이었던 계란(특란) 1구 가격은 3월 11일(160원)과 21일(170원) 두 차례 인상을 거쳐 이달 1일 180원까지 올랐다. 불과 두 달새 가격이 23% 증가한 셈이다. 1판(30구) 기준으로 4380원이었던 산지가격이 두 달 만에 5400원으로 1000원 가까이 뛰었다.
통상 계란 수요는 신학기가 시작되는 3월부터 늘어나면서 가격도 오르지만, 올해는 인상 폭이 예년보다 두드러진다. 작년 2~4월은 1판당 산지가격이 4000원 초중반대로 형성됐지만 올해는 3월 말부터 5000원을 넘어섰다. 평년(최근 5년) 기준으로도 4월까지는 5000원을 밑돌았다. 산란계협회는 매주 자체 조사한 계란 유통 현황을 토대로 생산자 거래 상황을 조사해 간헐적으로 산지가격을 발표한다.
계란 산지가격이 크게 오른 주요인은 생산성 감소다. 업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난 겨울 동절기부터 AI로 닭 480만여 수를 살처분하는 등 산란계 숫자가 많이 줄어든 게 첫 번쨰 요인"이라며 "산란률이 90%대에서 80%대로 떨어졌고 고기류 가격대가 높다보니 계란 수요가 많아지면서 가격을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AI 추천 뉴스
겨울철 고병원성 AI 확산으로 일부 닭 폐사가 이뤄진 것은 맞지만, 계란 생산량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일평균 계란 생산량은 5043만 개인데, 본격적으로 동절기가 시작된 올해 1분기 기준으로는 5150만 개를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관계자는 "실질적인 살처분이 이뤄진 3월 중순 이후와 해당 통계 조사 기간이 안 맞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부처는 최근 계란 산지가격 인상이 특별한 유인 없이 과도하게 이뤄졌다고 보고 관련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계란 가격은 일반적인 공산품이 아니라 전 국민의 식탁 필수 먹거리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최근 산지가격 인상 폭이 비정상적으로 높다고 보고 엄중한 조처를 강구하고 있다. 가격고시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계란 산지가격 발표를 농식품부 산하 공공기관인 축산물품질평가원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권역별로 일정 수 이상 거점 농가·유통인을 표본으로 선정해 실제 산지 거래 가격을 매일 조사·발표하고 관련 단체·전문가로 구성된 협의체를 통해 이를 검증할 계획이었지만 업계 반발로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