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아스템켐온, HLB바이오스텝 등 대체시험법 마련 대응 나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동물실험의 단계적 폐지 방안을 발표하며 국내 비임상 임상시험수탁(CRO) 업계가 분주해졌다. 앞으로 제도가 바뀌면 대체시험법 개발, 기술 전환을 위한 설비‧인력 투자 등의 변화가 예상돼서다.
22일 본지 취재 결과 비임상 CRO 업계가 변화하는 동물실험 제도에 대비해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FDA는 이달 10일(현지시간) 동물실험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빠르면 이를 대체할 파일럿 프로그램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초기 적용 대상은 단클론 항체 등 일부 약물이지만 향후 확대될 전망이다.
비임상은 신약개발 초기 단계에서 사람에 투여하기 전 후보물질이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지 동물실험이나 시험관 내 실험(in vitro) 등을 수행하는 연구다. 이 단계에서는 주로 영장류, 설치류 등을 대상으로 독성을 평가한다. 비임상 연구를 직접 실험할 인프라나 인력이 없으면 비임상 전문 CRO에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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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FDA의 동물실험 폐지 발표로 비임상 CRO 업계에 큰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관련 제도가 자리 잡을 때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면서도, 앞으로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비임상이 주류 시험법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 기업은 동물실험 폐지에 대비해 일찌감치 대응책을 마련해왔다.
비임상 CRO 사업을 영위하는 코아스템켐온은 2022년부터 자체 개발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대체시험법을 연구 중이다. 안전성평가연구소(KIT)로부터 ‘인간 줄기세포 유래 심장 오가노이드 기반 심부정맥 평가기술’을, 한국화학연구소와 연세의료원으로부터 ‘3D 생체모델 제작 및 약효평가법’과 ‘오가노이드 기반 염증성장질환(IBD) 약효평가법’을 이전받는 등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또 인체 유사모델인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심근세포(hiPSC-CMs)의 2D 세포를 활용한 시험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최초로 우수실험실운영규정(GLP) 인증을 받아 종합적인 심부정맥 예측 평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췌도 오가노이드, iPSC 및 환자 유래 대장 오가노이드, 심장 오가노이드에 대해서도 독성과 유효성 평가 서비스를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라며 “식약처로부터 전문성을 인정받고 국책과제 형태로 간 오가노이드의 독성평가 표준화를 위한 OECD 가이드라인 재정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HLB바이오스텝은 대체시험 분야 전문인력을 채용하고 관련 기업들과 협업하고 있다. 지난해 강스템바이오텍과 ‘오가노이드 기술 기반 의약품 평가 공동 기술개발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인공지능(AI) 기반 대체시험법 개발과 관련 그룹 계열사인 아론티어와의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식약처에서 진행하는 ‘동물대체시험 실용화를 위한 표준화 연구 사업’에서 ‘호흡기계 오가노이드 활용 안전성 유효성 평가기술 개발 및 최적화 연구’ 부문 과제 수행 기업으로 참여하고 있다.
비임상 CRO업계 관계자는 “동물실험 폐지는 비임상 CRO 사업에 패러다임을 바꾸는 이벤트다. 선제적으로 기술을 내재화하고 인프라를 구축한 기업에는 시장 확대 기회가 될 것이고, 신약개발에서 비임상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이 관계자는 “다만 새로운 장비와 시설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초기 투자가 클 수밖에 없고, 관련 기술을 이해하고 균질한 시험을 제한된 시간에 제공할 수 있는 인력과 조직을 준비해야 하는 부담도 크다. 오가노이드에 대한 평가 가이드라인이 표준화돼 있지 않아 표준화와 재현성 확보 측면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