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검경 수사권 조정 1년…검찰 직접 수사 절반으로 뚝

입력 2022-02-07 16:37 수정 2022-02-0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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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국가적 수사 역량 줄어"..경찰 "더 독립적이어야" 주문도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뉴시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뉴시스)

검경 수사권조정 이후 검찰의 직접 수사가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고발장을 들고 검찰청을 찾는 사람도 크게 줄었다.

대검은 7일 검사 수사개시 범위 제한 이후 지난해 검사 인지 건수는 3385건(4700명)으로 전년 대비 47%(50.4%) 감소했다고 밝혔다. 앞서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해 1월1일부터 시행된 바 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대마) 사건이 2020년 880건에서 지난해 236건으로 644건 줄어 가장 많이 감소했다. 이어 무고(179건, 2020년 대비 -446건), 사기(893건, -118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37건, -98건), 업무방해(79건, -61건) 순으로 감소 폭이 컸다.

마약류 범죄는 수사개시 범위에 수출입 관련 범죄만 남고 투약·판매범죄가 제외됐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무고 범죄는 법령상 수사개시가 ‘송치사건’에 관해서만 가능하지만 개정 제도상 허위 고소·고발 사건 중 상당수가 불송치 돼 감소했다.

검찰에 직접 접수된 고소·고발사건은 2만5005건(6만6906명)으로 전년 대비 75.9%(68.4%) 줄었다. 직접 접수된 고소·고발 사건의 70.6%도 검사 수사개시 범위에 해당하지 않아 경찰로 넘겨졌다.

경찰 송치 사건 중 12%에 보완수사 요구…불송치 사건 이의신청 증가

경찰이 송치·송부한 사건은 124만2344건으로 전년의 94.8% 수준을 기록했다. 시행 초기 전년 동기 대비 60.5% 수준에서 시작해 점차 증가한 수치다.

검찰은 경찰이 송치한 사건 중 41만5614건을 기소했다. 기소 의견으로 송치됐지만 불기소한 사건은 2만9573건으로 기소의견 송치사건(74만1703건)의 3.9%에 해당한다. 이는 전년(3.3%) 대비 소폭 증가한 것이다.

일반 사경 송치 사건(69만2606건) 중 12.3%에 해당하는 8만5325건에 대해 보완수사요구가 이뤄졌다. 수사권 조정 전 기소의견 송치 사건에 대한 재지휘는 2만4730건으로 3.6% 수준이었으나 보완수사방법 등 체계가 크게 변경돼 단순 비교는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이의신청 송치사건은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불송치하기로 한 사건 중 2만5048건이 사건관계인 이의신청으로 검찰 송치됐다. 월 송치 건수는 지난해 상반기 1000건대에서 지난해 말에는 3000건에 근접한 수준으로 늘었다.

이 중 사건관계인의 추가 수사 주장, 새로운 자료 제출 등으로 보완수사를 요구한 사건은 30%(7508건)고 나머지 70%는 검찰에서 직접 검토·보완해 처리했다.

6개월 초과 장기미제 사건은 2503건으로 전년(4693건)보다 2190건 감소했다. 검찰은 2017년(1806건) 이후 현안사건 수사 등 영향으로 증가하던 장기미제가 2018년(2358건)과 유사한 수준까지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검찰은 수사권 조정을 시행하면서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에 대한 제한이 사건의 신속한 실체 규명이나 효율적 처리에 예상치 못한 장애가 되는 경우가 발생했다고 봤다. 검찰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송치사건 수사 중 피의자의 여죄가 확인돼도 ‘송치된 범죄의 동종범죄’인 경우에만 관련인지가 가능하게 돼 있는 부분 등이 적극적 수사, 신속한 실체진실 발견에 한계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무고 사건 대부분도 허위 고소·고발 사건 상당수가 불송치돼 수사 개시가 불가능했다고 밝혔다.

"예견된 결과…경찰, 형사법 전문성 높여야"

법조계는 새 형사사법 제도 1년에 대해 대부분 부정적 평가를 내놨다. 선발 과정 등 구조적으로 경찰이 가진 법적 전문성의 한계로 인한 부족함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형사소송 전문인 신동협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많은 변호사들이 이런 결과를 예상했다”며 수사권 조정으로 인한 세 가지 불합리한 점을 꼽았다.

신 변호사는 “검사가 불기소 결정한 사건의 경우 30일이라는 항고기한이 있는데 경찰이 불송치 결정한 사건은 고소인의 이의신청 기간이 규정돼 있지 않다”며 “피고소인들은 억울하게 고소돼 경찰 조사를 받고 불송치 결정까지 내려져도 공소시효라는 아주 긴 시간 동안 이의신청 여부에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에는 검사가 경찰에 수사지휘(보완수사)를 보내더라도 '검사의 사건'이라는 인식이 있었다"며 "하지만 수사권이 조정된 이후에는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구하면 검찰 내에서는 그 요구를 '종국적 처분'으로 처리하게 돼 검사는 사건이 언제 다시 검찰로 송치될지 크게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사건처리기간이 늘어나고 책임수사가 사라졌다는 뜻이다.

신 변호사는 “경찰이 작성한 불송치이유서에는 도대체 어떻게 수사하고 판단해서 사건을 불송치하기로 결정했는지에 대한 내용이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이의제기하고 다퉈보려 해도 어떤 점을 다퉈야 하는지 답답한 경우들이 있다”고 토로했다.

김기원 한국법조인협회 회장은 “수사권 조정은 의도대로 검찰의 권한 남용 가능성을 줄였을 수 있으나 반대로 국가가 가진 ‘주도적으로 범죄를 수사하고 기소해 소추하는 역량’을 구조적으로 감소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변호사들은 일선에서 특히 경제범죄 등 사건에서 경찰의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여기고 있다”며 “수사 업무는 사실상 0심 판사의 역할로 비유될 정도로 상당한 역량을 요구하는 일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선 방안으로 김 회장은 “다수의 변호사를 사법경찰관으로 채용하고, 민사법적 지식을 가진 사법경찰관을 양성, 선발하는 등 사법경찰관 업무의 중요성과 난이도에 맞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검사의 권한을 적정하게 강화하는 방안과 이에 균형이 맞도록 기소배심제 도입, 검사장 직선제 등 방법으로 견제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정혁진 법무법인 정진 변호사는 “검사들이 일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6개월 정도면 되던 소송 절차가 12개월씩 늘어나는 등 형사 절차가 엄청 지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형사재판은 법리적 해석이 필요한데 경찰은 법적인 판단이 아닌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경찰들이 형사법에 대해 전문성을 갖도록 노력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이 더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수사기관으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법조계에서 나오는 ‘성남FC 수사 무마 의혹’을 거론하면서 “경찰이 더 독립적이고 중립적으로 의혹을 밝히는 신선한 수사기관의 모습을 기대했는데 수사권 조정 전후를 비교하면 권력의 눈치를 보는 모습은 바뀐 게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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